MBC '1억원의 식당을 찾아라', 모범식당 찾기 힘들어

  • 입력 1999년 11월 19일 19시 40분


“이러다가 1억원 그냥 굳는 거 아냐?”

“기준 점수를 낮춰보는 건 어때.”

MBC ‘경제매거진’(토 밤10·50)의 신설 코너 ‘1억원의 식당을 찾아라’ 제작진은 방송 2주만에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직결된 고민에 빠졌다. ‘1억원의…’는 매주 1,2개의 식당을 10명의 심사위원단이 ‘암행 심사’한 뒤 그 식당의 음식과 환경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96점(100점 만점) 이상을 기록한 식당 측에 1억원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코너.

하지만 방송 2주 동안 찾아간 식당의 평가점은 기대 이하. 지난주 찾아간 수원 한 갈비집의 점수는 43점. 맛은 수준급이었지만 환경이 ‘엉망’이었다. 기획자인 MBC 보도제작국의 윤영무차장은 “고기 구울 때 나는 매캐한 연기가 온 식당을 뒤덮고 식탁 간의 동선(動線)도 거의 확보되지 않았다”며 “그나마 화장실이 깨끗해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20일 방송될 서울 H호텔의 한 고급 레스토랑도 1억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식 후 식당측의 양해를 얻어 카메라를 들이댄 주방에는 야채 더미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그러다보니 제작진 사이에서는 “1억원을 주겠다고 해놓고 정작 이상한 식당만 찾아다닌다는 비판을 듣는다. 괜찮은 식당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올 정도. 하지만 윤차장은 “대개 그런 식당들은 규모가 작은 식당이어서 이전 식당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2002년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서는 음식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다”며 “막상 이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니 우리 요식업 문화가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못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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