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67년 마이클 니콜스 감독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졸업’이다.
▼96년 작품…주말 개봉▼
데이빗 쉬머와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졸업’을 말하자면 30여년 전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피하다. 이 작품은 ‘관드는 사람’ 또는 ‘관 옆에 붙어가는 사람’이란 뜻을 지닌 원제 ‘Pallbearer’를 버리고 국내 개봉과 함께 ‘졸업’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인공의 캐릭터와 상황 설정이 ‘졸업’과 꽤 닮았다.
▼캐릭터-상황설정 비슷▼
그러나 이번에 개봉되는 ‘졸업’은 당시로서는 기성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던 다소 심각한 분위기의 67년 작 ‘졸업’과 달리 로맨틱 코미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건축가 지망생 탐슨(데이빗 쉬머 분)은 착하지만 사교성이 떨어져 좀 모자라게 보이는 인물. 사건은 사람좋은 그가 얼굴은 물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고교동창생 빌의 관을 들어달라는 부탁을 엉겁결에 승락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7년만에 다시 만난 고교동창 줄리(기네스 펠트로 분)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가 관을 들어준 인연으로 빌의 어머니 루스와 친해져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서 줄리와의 사랑은 꼬여만 가는데….
익숙한 줄거리다. 하지만 어눌한 탐슨 역을 맡은 쉬머의 그럴싸한 연기와 탐슨의 동창생 커플들의 티격태격하는 연애담을 통해 ‘사랑에 죽고 사는’ 젊은 날의 초상이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그려졌다.
▼국내제목만 같은 변종▼
96년 작품이어서 할리우드의 톱스타로 뜨기 전 펠트로의 청순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보너스도 있다. 하지만 청춘의 걷잡을 수 없는 충동과 방황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달막한 더스틴 호프먼의 모습은 빨리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낮다. 쉬머와 펠트로의 ‘졸업’은 국내 개봉 제목만 같은 ‘변종’이기 때문이다. TV시리즈를 연출한 매트 리브스의 영화 감독 데뷔작. 18세 이상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