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왕과 비’(토 일 밤9·45)의 작가 정하연씨는 “왕위 계승권을 좌지우지한 인수대비의 위세를 감안하면 ‘여인 파워’는 지금 ‘옷 로비’ 사건의 주인공들보다 더 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는 최근 궁궐은 물론, 나라 전체를 뒤흔든 ‘힘센 여인’들의 파워게임을 다루면서 요즘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옷로비 사건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인수대비(채시라 분)와 중전 윤씨(김성령 분)의 갈등을 중심으로 정귀인(貴人·김정란 분) 엄숙의(淑儀·윤유선 분) 윤숙의(윤지숙 분) 등 여인들의 암투가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시청률도 뛰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10위권 밖에 머무르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 20.6%로 전체 TV프로중 6위를 차지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투서(投書)와 방자질(침이나 굿으로 저주하는 행위)은 궁중사극의 ‘단골메뉴’지만 현실 정치와의 연관성으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또 한명회 등 고관대작들은 여인들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눈치보기에 바쁘다. 줄서기도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28일 방영분에서는 성종에게 “억울하옵니다”를 연발하던 중전 윤씨가 투서를 한 주모자로 밝혀져 폐비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일부에서는 이 드라마가 궁중암투 일색이며 여성의 모습이 투기나 일삼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현실 상황을 연상시켜 오히려 실감이 난다”는 의견도 있다.
탤런트 김성령은 “중전 윤씨는 인수대비와 권력을 다툴 정도로 강한 여인이지만 한 남자(성종)의 사랑에 목말라 한 불쌍한 여인”이라며 “요즘이나 옛날이나 제대로 된 사랑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