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환자' 다룬 다큐물 방영 진통…'그것이…'소록도편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소록도 나병환자(일명 한센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SBS 시사다큐 ‘문성근의 다큐세상, 그것이 알고싶다’(토 밤10·50)의 ‘소록도, 그 섬으로 간 사람들’편이 나환자들의 반대로 방영 일자를 잡지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병이 전염병이 아니고 설령 전염됐더라도 3일 내에 약을 복용하면 전염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이상 사회와 격리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병환자들은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방송을 통해 노출될 경우 또한번 편견에 시달릴 것”이라며 방영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홍성주 책임프로듀서는 “나환자들의 이익단체인 ‘한성조합’측은 물론 방영 계획을 알게 된 일부 나환자들은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방송을 막아보겠다며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SBS측은 이를 우려해 아직 스폿(프로그램 사전 안내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7월부터 4개월여 동안의 취재를 걸쳐 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않은 사실 등이 담겨있어 젊은 나환자들로부터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다면 방송해도 좋다”는 의견이 들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57년 버려진 땅인 소록도를 일구어 농사를 짓고 살려던 나환들이 이들의 정착에 반대하는 주민과 유혈 충돌해 나환자 28명이 죽창에 찔려 사망한 사건은 이 프로그램이 발굴해낸 사실이다. 또 전국 99개의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는 나환자들은 닭 돼지 등을 키워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이도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전북 익산에서 나환자들이 이스라엘의 키부츠처럼 운영하는 한 농장에서는 계란 등을 전국에 판매하면서 한해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홍국장은 “당장에는 의견 조율이 쉽지 않겠지만 이달 중에는 방송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낙관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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