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작 '왕룽일가' 10년만에 속편제작…SBS 내달 방영

  • 입력 1999년 12월 5일 17시 57분


“예술하자(춤추자)”며 여인네를 유혹하던 제비족 ‘쿠웨이트 박’(최주봉 분). 그의 춤 솜씨에 녹아 ‘플라토닉 러브’를 추구하던 막걸리집 아줌마 은실네(박혜숙 분), 자린고비로 소문났지만 땅을 고집스럽게 지키던 왕룽(박인환 분)….

89년 방영 당시 졸부와 제비족을 등장시켜 향락적인 시대상을 풍자해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왕룽일가’의 주역들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연기자들이 10년만에 다시 만나 후속드라마격인 SBS 주말드라마 ‘왕룽의 대지’(2000년 1월 방영)를 찍고 있다.

MBC ‘전원일기’,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10년 이상 방영 중인 ‘장수드라마’도 있지만 이미 종영된 드라마의 주인공과 PD가 “꼭 2탄을 만들자”는 약속을 지켜 후속 드라마를 만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이 드라마의 야외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생맥주집. 이종한PD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안주감 마련을 위해 시장에 다녀오던 은실네와 길가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던 쿠웨이트 박이 마주쳤다.

“여기까지 나와서 ‘넘새스럽게’ 구경거리 만들거예요.”(은실네)

“아니, 왜 그러세요. 누님.”(쿠웨이트 박)

박혜숙은 “10년만에 후속 드라마를 찍다보니 친정 집에 돌아온 느낌이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주봉은 “쿠웨이트 박은 병석의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 죄와 지나친 ‘예술’로 관절이 아파 절뚝거리는 ‘직업병’으로 고생한다”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여서 은실네에게 얹혀 살면서도 일확천금을 꿈꾼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10년만이다.

이PD는 “‘왕룽일가’로 상징되는 기성 세대의 이야기말고도 시대가 달라진 만큼 세기말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사랑과 삶의 방정식이 추가될 것”이라며 “지난해말부터 캐스팅을 시작했는 데 10명의 당시 주요 출연자들이 모두 흔쾌히 출연을 승낙해 감격했다”고 말했다. 최주봉 박혜숙 박인환 장항선 김영옥 배종옥 선동혁 조민수 등 옛 멤버 외에도 장혁 박시은 소지섭 등 젊은 연기자들이 가세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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