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방영 당시 졸부와 제비족을 등장시켜 향락적인 시대상을 풍자해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왕룽일가’의 주역들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연기자들이 10년만에 다시 만나 후속드라마격인 SBS 주말드라마 ‘왕룽의 대지’(2000년 1월 방영)를 찍고 있다.
MBC ‘전원일기’,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 10년 이상 방영 중인 ‘장수드라마’도 있지만 이미 종영된 드라마의 주인공과 PD가 “꼭 2탄을 만들자”는 약속을 지켜 후속 드라마를 만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이 드라마의 야외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생맥주집. 이종한PD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안주감 마련을 위해 시장에 다녀오던 은실네와 길가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던 쿠웨이트 박이 마주쳤다.
“여기까지 나와서 ‘넘새스럽게’ 구경거리 만들거예요.”(은실네)
“아니, 왜 그러세요. 누님.”(쿠웨이트 박)
박혜숙은 “10년만에 후속 드라마를 찍다보니 친정 집에 돌아온 느낌이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주봉은 “쿠웨이트 박은 병석의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 죄와 지나친 ‘예술’로 관절이 아파 절뚝거리는 ‘직업병’으로 고생한다”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여서 은실네에게 얹혀 살면서도 일확천금을 꿈꾼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도 10년만이다.
이PD는 “‘왕룽일가’로 상징되는 기성 세대의 이야기말고도 시대가 달라진 만큼 세기말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사랑과 삶의 방정식이 추가될 것”이라며 “지난해말부터 캐스팅을 시작했는 데 10명의 당시 주요 출연자들이 모두 흔쾌히 출연을 승낙해 감격했다”고 말했다. 최주봉 박혜숙 박인환 장항선 김영옥 배종옥 선동혁 조민수 등 옛 멤버 외에도 장혁 박시은 소지섭 등 젊은 연기자들이 가세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