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시네마천국―영화로 보는 20세기의 역사’(10일 밤10시)는 12편의 영화를 통해 20세기 키워드를 정리한다. 연출진이 꼽은 20세기 키워드는 ‘혁명’ ‘공황’ ‘폭력’ ‘과학’ 등 네 가지.
사회주의 혁명은 20세기의 가장 대표적 사건 중 하나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 ‘시월’과 ‘인생’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과정과 의미, 영향을 보여준다. ‘시월’은 구소련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의 1928년 작품으로 1917년 소비에트 혁명의 과정을 몽타주 기법으로 밀도있게 그려냈다. ‘인생(94년)’은 중국의 5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장이모의 작품. 60년대 중국 문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 가족을 통해 격변의 현장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음은 폭력. 1,2차 세계 대전만큼 야만적인 폭력의 시기가 있었을까. 영화 ‘영광의 길(57년)’과 ‘학은 날아 가고(〃)’의 두 편이 그 광기의 현장을 고발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인 ‘영광의 길’은 1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반전 영화. ‘학은 날아 가고’는 구소련 감독 미하일 카라토조프의 작품으로 2차 대전을 배경으로 전장에 나간 연인을 끝까지 잊지 못하는 평범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세기는 자본주의의 위기와 정체가 드러난 시기이기도 하다. 1929년 10월 미국 뉴욕 월가의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그 단면이었다. 영화 ‘모던 타임스(36년)’는 산업 자본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자아 회복을 호소한 찰리 채플린의 작품. ‘공황시대’는 마틴 스코시즈의 데뷔작(72년)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사태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강렬하게 묘사했다.
20세기는 또 과학 만능의 시대이자 과학의 한계도 드러난 시대. 영화 ‘아폴로 13호(95년)’를 통해 우주탐험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원자폭탄이 투하될 당시의 참상을 담은 ‘내사랑 히로시마(59년)’를 통해 과학의 거듭되는 과제를 짚어보기도 한다.
‘시네마 천국’은 이밖에 20세기 인물을 다룬 영화 ‘간디(82년)’ ‘말콤 X(92년)’ ‘JFK(91년)’ ‘하드데이즈나잇’(64년) 등 네 편의 영화도 함께 소개한다. ‘하드데이즈나잇’은 리처드 레스터 감독의 작품. 그룹 ‘비틀스’를 다룬 영화로 팝 그룹을 다룬 영화 중 수작으로 손꼽힌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