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 '平壤공연' 참가기…北관객 노래보다 외모 관심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인 로저 클린턴의 공연이 끝나고 우리 차례가 왔다. 공연장인 만수대예술관의 2000여석을 채운 어두운 표정의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우리 이름을 외치며 열광하는 또래 팬들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처럼 어린 가수들은 객석이 들썩여야 긴장도 덜한 법인데….

▼ "가사 이해할 수 없다" ▼

멤버가 짙은 회색 드레스로 복장을 통일했기에 망정이지 한국에서처럼 배꼽티에 가죽 바지를 입었다간 ‘일’낼 뻔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여기 여가수들은 대개 무릎 아래를 덮는 이브닝드레스를 입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두 곡을 부르기로 돼 있었지만 진행 상 한 곡만 불렀다. 최근 발표한 ‘2.5’집의 발라드곡인 ‘To My Prince’였다. 편안한 멜로디라서 북한 사람들도 “음정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제목에 내용도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그린 것이라서 그런지 가사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줌마 관객들은 “어드레면 그렇게도 때깔이 좋으냐”며 오히려 우리의 외모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우리는 들고 간 반주용 테이프를 사용했지만 같이 공연한 패티김씨 등은 현지 북한 반주로 노래했다. 반주단은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2명)로 구성된 여성 5인조였다. 기본악기로만 편성돼 있어 연주를 듣기 전에는 ‘뽕짝’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간결하고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 6세아이 이미자노래 불러 ▼

북한측 가수인 석란희와 김명순은 각각 ‘봉선화’와 ‘천안삼거리’를 불렀다. 유심히 들어보니 북한 노래는 기교를 중시하는 듯 했다. 간들어지듯 꺽이는 바이브레이션, 가성(假聲)과 진성(眞聲)을 구분하기 힘든 고음역이 돋보였다. 공연 다음날(6일)에 취학 전 아동들의 예능교육기관에 들렀는데 북한대중음악의 한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5,6세 아이들이 한국의 20대 이상이 소화하는 기교를 부리고 한 꼬마는 이미자의 노래도 불러 우리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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