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이해할 수 없다" ▼
멤버가 짙은 회색 드레스로 복장을 통일했기에 망정이지 한국에서처럼 배꼽티에 가죽 바지를 입었다간 ‘일’낼 뻔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여기 여가수들은 대개 무릎 아래를 덮는 이브닝드레스를 입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두 곡을 부르기로 돼 있었지만 진행 상 한 곡만 불렀다. 최근 발표한 ‘2.5’집의 발라드곡인 ‘To My Prince’였다. 편안한 멜로디라서 북한 사람들도 “음정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제목에 내용도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그린 것이라서 그런지 가사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줌마 관객들은 “어드레면 그렇게도 때깔이 좋으냐”며 오히려 우리의 외모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했다.
우리는 들고 간 반주용 테이프를 사용했지만 같이 공연한 패티김씨 등은 현지 북한 반주로 노래했다. 반주단은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2명)로 구성된 여성 5인조였다. 기본악기로만 편성돼 있어 연주를 듣기 전에는 ‘뽕짝’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간결하고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 6세아이 이미자노래 불러 ▼
북한측 가수인 석란희와 김명순은 각각 ‘봉선화’와 ‘천안삼거리’를 불렀다. 유심히 들어보니 북한 노래는 기교를 중시하는 듯 했다. 간들어지듯 꺽이는 바이브레이션, 가성(假聲)과 진성(眞聲)을 구분하기 힘든 고음역이 돋보였다. 공연 다음날(6일)에 취학 전 아동들의 예능교육기관에 들렀는데 북한대중음악의 한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5,6세 아이들이 한국의 20대 이상이 소화하는 기교를 부리고 한 꼬마는 이미자의 노래도 불러 우리를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