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2월, 한창 IMF가 TV프로그램과 편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락프로그램이 ‘철퇴’를 맞을 당시 “60년대 어려웠던 시기를 되돌아보자”며 기획된 ‘육남매’는 IMF의 최대 수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당초 ‘단기 기획 상품’(16부작 미니시리즈)으로 편성돼 SBS의 복고풍 드라마 ‘은실이’와 함께 단박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덕분에 지난해 4, 9월, 올 1월에 3번이나 ‘연장방송 결정’의 혜택을 입기도 했다.
이 작품은 경제재건 운동이 한창이던 62∼66년을 배경으로 산업화 바람이 일던 서울 영등포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 8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장미희는 강인한 우리네 어머니상을 그려내면서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대극 특성상 극 중 여섯 남매로 나온 아역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막내딸 남희 역의 김웅희군은 1회 출연 때 생후 45일 밖에 안된 말그대로 갓난 아기.
김군은 머리를 위로 묶어 여자아이로 출연했다. 김군은 회당 20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100회까지 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또 드라마 전반부에 나왔다 중반부에 퇴진한 고학생 역 김정현의 실제 모델이 김근태 국민회의 의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김의원은 촬영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남매’가 IMF 한파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듯 한파의 위세가 사그라지자 시청률도 덩달아 시원찮아졌다. 올 중반까지 20%를 유지하던 시청률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연출을 맡은 이관희PD(이관희 프로덕션대표)는 “세기말이 TV에도 투영되면서 불과 1년 전의 힘들었던 분위기가 서서히 잊혀져가며 드라마도 시들해졌다”고 말한다. 후속작으로는 메디컬 드라마인 ‘장미병동’이 방송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