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은 김신조 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 해인 68년 4월 박정희 전대통령이 북한 침투를 목적으로 창설한 실미도 특수부대(일명 684특공대)요원 24명이 왜 71년 8월 부대를 탈출했으며 총부리를 청와대로 향하다 자폭하고 일부는 사살됐는지를 시간을 거슬러 보여줬다. 무기수나 폭력배들로 구성된 이들은 70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대북 화해무드가 조성된 상황에서 정권이 오히려 보안유지를 위해 무책임하게 전원 사살명령을 내리자 이같은 일을 저지르게 된 것.
이 사건은 지난해 KBS2 주말드라마 ‘야망의 전설’의 소재가 됐을 정도로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史實). 그래서 제작진도 사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보다는 당시 이들의 훈련 상황과 인간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이 접촉한 인물들의 면면은 이들이 판 발품을 짐작케 한다. 프로그램은 내레이션을 통한 설명보다는 당시 부대 창설에 간여한 공군참모총장을 비롯, 당시 이들과 숙식하면서 훈련을 담당했던 생존 군인 6명의 생생한 증언에 더욱 비중을 실어 숨겨진 사실들을 찾아냈다.
특수부대원들이 인천에 상륙한 뒤 서울 진입을 위해 탈취한 시내 버스의 운전사와 당시 탑승객의 입을 통해 “해치지 않을 테니 머리만 숙이고 있어라” “군의 발포 이전에는 사격하지 말라” 등 이들의 육성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들의 도주 과정을 시간 단위별로 재연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들의 ‘처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이들이 조국을 위한 우국충정에 불타는 젊은이로 비쳐지기도 했다. 제작진이 감정적으로 이들에게 약간 경도됐다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살아남은 6명의 기간병들이 이들과 또 이들에게 억울하게 죽어간 18명의 동료 기간병들을 위해 마련한 위령제가 오히려 이들을 위한 것으로만 비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