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 TV가 27, 28일 밤 10시에 방영할 다큐포엠 '도시 이야기(송재헌 PD)'는 기존 다큐의 문법과 표현 영역의 파괴를 시도한 실험작이다. 기존 다큐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매우 낯설어 할듯하다.
'일상의 거리에서(27일)''빌딩숲에서 꿈을 꾸다(28일)' 등 2편이 모두 '삶의 롤러코스터'를 탄 도시인의 일상을 담고 있으나 기존 다큐의 서사적 기법을 취하지 않는다. 소리와 영상이 결합된 제3의 이미지, 제작진의 연출, 카메라의 왜곡 및 현란한 움직임 등으로 사실(팩트)에 대한 연출자의 주관이 눈에 보이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PD는 "다큐의 종언이구만"이라고 말할 정도.
'일상의 거리에서'편은 동대문 밀리오레 문군트렌드의 디자이너인 송은경씨와 LG전자 미주수출팀의 한상규 대리의 일상을 담았다. '빌딩숲에서 꿈을 꾸다'편에 나오는 이는 동양증권내 최연소 지점장이 된 정진우씨와 연극배우이자 밤에는 택시를 모는 오병남씨, 홍대입구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휴학생 김자영씨 등.
이야기 자체는 거창하지 않다. 보통 도시인이 겪는 '작은' 일상의 연속이다. 그러나 연출진은 이들의 '내면의 심상(心像)'을 다큐멘터리로서는 파격적인 기법으로 영상에 옮겼다. 사례 하나. '일상의 거리에서'편의 송씨와 한 대리는 지하철 플랫폼 양쪽에 서 있다. 익명성이 보장돼 편안한 한편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도시,그 속에서 사는 송씨와 한 대리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다. PD가 그렇게 설정해 찍은 것이다.
또 비행기가 노을을 등지고 이륙하는 장면이나 기형도의 '우중의 시' 등 도시적 감수성을 담은 시나 흑백 사진을 동원하고 있어 어떤 경우는 픽션을 보는듯하다.
KBS '일요스페셜'의 연출진인 송PD는 이 프로에 대해 "기존 다큐의 표현 한계를 벗어나 도시인의 꿈과 희망, 환상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다큐 기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생의 시베리아 호랑이' 등 자연 다큐를 제작해온 EBS의 박수용PD도 "다큐도 새로운 영상감각에 맞는 제작기법을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