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 믹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한 논문에서 미국의 스포츠산업 규모를 1520억달러(95년 기준)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로 산업별로는 11위.
이렇게 스포츠가 20세기에 비약적으로 성공한 요인으로 TV의 등장이 첫 손꼽힌다.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스포츠를 대중의 손에 쥐어준 게 바로 TV이기 때문.
▽에어 조던〓‘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87년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5m 가까이 공중을 ‘걸었다’. 사람들은 “신이 조던의 모습을 빌려 나타났다”며 ‘에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분명히 조던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체공력을 바탕으로 단순히 농구기술의 하나일 뿐인 ‘덩크슛’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TV가 없었다면 조던의 신기(神技)는 그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만이 즐긴 일회성 묘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TV는 고난도의 영상 기술로 조던의 드라마틱한 연기 효과를 몇배나 증폭시켰다. 특히 여러 각도에서 잡은 슬로비디오를 통해 조던이 흘리는 땀 한방울까지 확대시켜 ‘감동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었다.
▽TV의 환상〓TV카메라는 경기를 중계하며 많은 부분을 ‘과감히’ 생략한다. 그라운드 전체를 잡기보다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순간을 주시하며 시청자의 긴장도를 높인다.
강진숙씨(중앙대 신방과 강사)는 축구 한일전을 이렇게 분석한다. “카메라는 일본 선수단 및 응원단은 효과적으로 배제하는 대신 한국응원단 ‘붉은 악마’의 열렬한 모습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애국심을 끌어올린다. 시청자는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해 스스로 일본을 무찌르는 전사가 된다.”
▽스포츠에서 소외되는 팬〓스포츠의 원래 정의는 ‘경쟁적인 신체활동의 제도화된 형태, 일과 놀이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지는 것’.
한마디로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는 뜻이 더 강하다. 그러나 TV가 지구 건너편의 경기까지 중계함에 따라 시청자는 편한 소파에 앉아 즐길 수 있게 됐다. 참여를 포기하고 보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쪽으로 스포츠가 변한 것이다. 이호근박사(스포츠철학)는 “TV는 특정 종목에 참여, 그 독특한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다”고 말한다.
즉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보는 재미의 ‘중독성’ 때문에 인간은 점점 더 스포츠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