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두 남자 주인공이 서로를 힐난하는 장면을 클로즈업시킨다.한 회사의 기획조정실장 정문기(김갑수 분)는 뉴욕지사에서 최근 귀국한 후배 신준영(주진모)이 구조조정안을 기획하면서 자신을 퇴출 대상으로 지목한 데 대해 항의한다.
준영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형이 회사를 부도내고 한 달째 잠적하자 비슷한 처지의 문기에게 묘한 동정심을 느낀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준영도 시련을 겪는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뉴욕에서 약혼했던 동성 친구가 "얼마전 여자와 선을 봤다"며 절교를 선언한 것. 가슴이 쓰라린 준영은 사회적으로 '폐기처분' 일보직전인 문기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넘어 본격적인 구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준영에게서 젊은 날의 자신을 발견한 문기도 그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두 '사회적 마이노리티'간의
소통인 것이다.
얼핏 드라마는 연말특집이라는 간판을 이용해 동성애라는, TV에서는 아직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이색작으로 비춰지기 쉽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 사람 간의 진정한 대화와 '어루만짐'의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극적 수단으로 동성애를 사용했
다는 해석이 타당할 듯하다. 제목도 "서로 아팠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준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문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지만 준영의 형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헝클어진 그를 결국 찾아간다. 준영이 문기에게 "사랑이 뭔 줄 알아.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이 사랑이야. 외로우니까 서로 위로하자고 했던 것 뿐이야"라고 절규하는 대목은 주제를 압축한다.
지난해 KBS2 '거짓말'등에서 섬뜩하리만치 정련된 언어와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과시했던 작가 노희경은 이번에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만 소재가 민감한만큼 같은 얘기를 자주 반복한 점이나 설명적 나레이션을 삽입한 대목은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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