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방송 '절반의 성공'… 국내방영물 기획 돋보여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1일 오후까지 각각 32시간,26시간 동안 진행된 KBS1과 MBC의 밀레니엄 특집방송은 긍정과 부정 양면이 교차했다.

국내 방송용으로 마련한 특집프로는 대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던 반면 미국 CNN과 PBS,영국 BBC가 주도한 국제 규모의 위성 생방송에서 국내 방송사들이 내보낸 프로들은 ‘상대적 빈곤’을 드러냈다는 얘기다.

우선 국내 방송용 프로그램.두 방송사 모두 “무책임한 장미빛 조망보다는 21세기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획성 다큐멘터리와 기존 포맷을 응용한 ‘신년호’ 성격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KBS1 프로그램 중에는 ‘한민족 네트워크 아리랑 난장’(1일 오후3·50)과 ‘역사스페셜―4회 연속기획 대고구려’(1일 밤8·00) ‘원단기획 새천년을 연다―정치는 서비스시대’(2일 오후10·40) 등이 돋보였다.

‘…아리랑 난장’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해외 동포들의 생활상을 담은 화면과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화교(華僑)에 버금가는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짚어줬다.

‘역사스페셜…’은 그간의 포맷에 충실하면서도 시의적절한 기획이 돋보였다.

MBC는 독도에서 맞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돋이 장면을 금강산 유람선 풍악호에서 담은 ‘새천년 비나리’(1일 오전 7·00), 디지털혁명 생명공학 환경친화적 사회의 중요성을 1년여간의 해외취재로 담은 ‘새천년 새선택’(1,2일 밤10·00) 등이 내세울 만했다.

한편 위성 생방송으로 각 방송사가 해외로 송출한 프로들은 해외 방송사에서 받은 프로들과 비교할 때 행사의 다양성이나 화면 처리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불과 방송시작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위성중계 파트너를 미국의 MTN에서 CNN으로 바꿨던 KBS는 우려할만한 ‘사고’를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CNN이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받아 편집한 세계 밀레니엄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할 수 있었다.

150억원을 들여 4년 전부터 밀레니엄 방송 준비를 해온 MBC는 기간만큼이나 짜임새있는 구성을 보여 줬지만 정작 필요한 장면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1일 오전9시에 열린 영국 그리리치 ‘밀레리엄 돔’행사를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한 것은 그 단적인 예.

위성 송출 화면 중에서는 임진각에서 열린 백남준의 퍼포먼스 ‘DMZ 2000’ 외에 경북 안동과 종묘에서의 전통 행사 등은 그리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시청률도 KBS2, SBS보다 뒤진 12%였다.

한편 광화문 일대의 자정행사는 예상(12∼17만명)을 뛰어넘는 2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카메라 앵글이 흔들리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

해외에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자정행사 이후 가수들의 공연은 바로 직전 시간에 MBC ‘가요대전’에 참석했던 가수들이 대부분 제시간에 광화문에 도착하지 못해 방송 순서가 엉클어졌다.

방송사 간의 긴밀한 연대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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