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1위 드라마 '허준', 끝없는 갈등… 안방 사로잡았다

  • 입력 2000년 1월 5일 18시 32분


MBC 40부작 월화드라마 ‘허준’(밤 9·55) 이 지난해 후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MBC 드라마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첫방송 직후 20% 안팎의 시청률(AC닐슨코리아 조사 기준)로 경쟁 프로인 SBS ‘맛을 보여드립니다’에 한 달 간 뒤쳐졌던 ‘허준’이 최근에는 시청률 35%를 상회하며 종합시청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물론 ‘허준’은 그간 MBC가 ‘종합병원’ 등의 메디컬 드라마를 제작하며 쌓아온 노하우의 집결체다. 하지만 이제까지 14부작이 방송된 ‘허준’에는 이런 배경 외의 독특한 작법(作法)이 발견된다. ‘허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중단없는 갈등, 그리고 눈물〓허준 역의 전광렬은 드라마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기쁨도 박장대소 대신 통곡으로 표현한다. 스승 유의태의 문하에 어렵게 들어갔을 때나 4일 방송 분에서 우의정을 지낸 고관대작 부인의 중풍을 치료했을 때도 시원하게 웃기는 커녕 어머니와 부인을 붙잡고 운다. 그만큼 제작진은 허준을 최근 어느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극복해야할 난관이 많은 캐릭터로 설정했다. 천첩의 자식인 중인(中人)이라는 신분, 의원 동료들의 모함,스승 유의태(이순재 분)와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허준의 ‘인생 장애물 넘기’만으로도 드라마 보는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사극 같지 않은 사극〓유장한 국악을 사용하지 않고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으로 주제음악을 만들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마치 파스텔로 TV화면을 색칠한 듯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플롯의 흐름을 자세히 설명하는 대신 과감하게 미니시리즈 식의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휴머니스트냐, 영웅이냐〓드라마 속 허준은 환자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로 자처한다.치료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돈이나 다른 것은 필요없다. 차후 유의태와 결별하고 의과에 응시하러 가다가 도중에 환자를 치료하느라 시험볼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휴머니즘을 가장한 영웅주의는 ‘인간 허준’을 형상화하는 데 오히려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 허준 역 전광렬 ▼

“축적된 노하우의 산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죠.”

허준 역으로 10여년 연기 생활의 절정기를 맞고 있는 전광렬은 “촬영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캐릭터에 몰두하고 있다”며 ‘허준’의 인기를 ‘선배’ 드라마들의 후광 효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광렬은 ‘허준’의 강점을 캐릭터의 치열함에서 찾았다. “허준은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온갖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아직까지 시청자들은 ‘의원 허준’보다는 ‘인간 허준’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그는 허준이 드라마에서 다소 과대포장된 것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극 중 허준은 싸움도 잘하고 의술에도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으며 인간적으로도 완벽합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서자 출신으로 정1품의 벼슬까지 오른 그의 ‘성공 스토리’를 생각한다면 지나친 ‘미화’는 아닐 듯 싶습니다.”

지난해 ‘청춘의 덫’(SBS)과 ‘장미와 콩나물’(MBC)에 이어 2년에 걸쳐 ‘연타석 안타’를 치고 있는 그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멜로 영화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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