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정의 딸', 실존인물 인생유전 그려

  • 입력 2000년 2월 4일 15시 24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끝자리조차 ‘하늘’로 여겼던 천민(賤民) 중의 천민. ‘사람 밑의 사람’으로 존재했던 백정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된다.

6일 밤9시40분부터 2부작으로 120분간 방영되는 SBS 설날 특집극 ‘백정의 딸’(극본 박정란, 연출 이현직).

1900년대초 백정의 삶은 어땠을까? 백정이 결혼할 때 신랑은 말 대신 소를, 신부는 꽃가마가 아닌 널판지를 타야 했다. 상민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었고, 민가에 일이 있을 때는 문 앞에 꿇어 앉은 채 용건을 알려야 했다. 심지어 이들에게는 죽어서 타는 꽃상여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백정 일가에 초점을 맞춘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백정으로 살아온 아버지 이돌(이정길 분). 거칠고 무뚝뚝한 그는 딸 언년(추상미)과 아들 두석(정민)에게 차라리 체념하고 사는 게 낫다며 자식들에게 백정의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개화사상에 눈뜬 자식들이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자 이돌도 차츰 변하기 시작한다. 가족의 이산과 해후를 ‘단골 메뉴’로 다뤘던 이전의 설 특집 드라마에 비교하면 묵직한편. 백정 출신으로 아들과 딸을 각각 의대생과 신여성으로 성장시킨 한 실존 인물의 인생유전을 드라마를 꾸몄다.

작가 박정란은 “신문에 실린 백정에 관한 짧은 글을 본 게 드라마 집필로 이어졌다”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인물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유년기의 언년이 20대 중반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좇으면서 당시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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