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9시40분부터 2부작으로 120분간 방영되는 SBS 설날 특집극 ‘백정의 딸’(극본 박정란, 연출 이현직).
1900년대초 백정의 삶은 어땠을까? 백정이 결혼할 때 신랑은 말 대신 소를, 신부는 꽃가마가 아닌 널판지를 타야 했다. 상민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었고, 민가에 일이 있을 때는 문 앞에 꿇어 앉은 채 용건을 알려야 했다. 심지어 이들에게는 죽어서 타는 꽃상여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백정 일가에 초점을 맞춘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백정으로 살아온 아버지 이돌(이정길 분). 거칠고 무뚝뚝한 그는 딸 언년(추상미)과 아들 두석(정민)에게 차라리 체념하고 사는 게 낫다며 자식들에게 백정의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개화사상에 눈뜬 자식들이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자 이돌도 차츰 변하기 시작한다. 가족의 이산과 해후를 ‘단골 메뉴’로 다뤘던 이전의 설 특집 드라마에 비교하면 묵직한편. 백정 출신으로 아들과 딸을 각각 의대생과 신여성으로 성장시킨 한 실존 인물의 인생유전을 드라마를 꾸몄다.
작가 박정란은 “신문에 실린 백정에 관한 짧은 글을 본 게 드라마 집필로 이어졌다”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인물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유년기의 언년이 20대 중반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좇으면서 당시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