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 석사논문 "시청률 고민하는 프로 자막 많이 쓴다"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시청률 압박을 많이 받는 오락프로 PD일수록 자막 의존도가 높고, 반대로 시청률 압박을 덜 받는 PD일수록 자막 의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일선 PD를 통해서는 처음으로 ‘사실’로 밝혀졌다.

이는 KBS 홍경수PD(1TV ‘열린 음악회’ 연출)가 최근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시청률 압박이 프로듀서의 TV자막에 대한 인식과 사용패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조사 결과.

홍PD는 이를 위해 99년 8월23일부터 19일 동안 KBS의 대표적 오락프로인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서세원 쇼’ ‘시사터치 코미디파일’과 교양성 오락프로인 ‘TV는 사랑을 싣고’ ‘체험 삶의 현장’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도전 지구탐험대’ ‘열전 팔도 명물’(폐지)의 PD 6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이 기간 동안 방송분의 자막사용 횟수, 글자수, 평균 체류시간 등을 측정했다.

이 결과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막 사용이 시청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질문에 ‘슈퍼TV…’ 등 5개의 오락프로 PD들은 3.42를 기록했고, ‘TV는…’ 등 교양성 오락프로PD들은 3.17에 그쳤다. 또 오락PD들은 교양성 오락프로PD들보다 자막이 정보제공이나 장애인용 자막방송에서의 ‘오디오 보강’기능보다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4.43:3.29)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러한 PD들의 ‘의식’은 프로에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회당 평균 자막사용횟수는 오락프로가 372.8회, 글자수는 4195.6자에 이르렀지만 ‘TV는…’등은 각각 64회, 855.8자로 오락프로의 17.2%, 20.4%에 그쳤다. 조사기간 이후 더욱 시청률이 올라간 ‘슈퍼TV…’는 627회에 6655자의 자막을 사용했다. 자막 당 평균 방영시간도 오락프로는 3.84초인데 반해 교양성 오락프로는 5.98초를 기록, 자막이 짧아야 프로의 재미나 긴장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PD는 “당초 오락프로의 자막은 연출가가 편집과정에서 제작 의도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며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시청률)를 올릴수 있다는 기능이 부각되면서 이제는 스타급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제작방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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