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H.O.T.' 멤버 문희준의 허리 디스크 등 가수의 부상에는 나름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만히 서서 노래하며 가끔씩 립싱크를 하는 발라드 가수 조성모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5일부터 '2.5집' 활동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출발 드림팀'에서 2m 이상의 뜀틀을 가뿐히 넘는 발군의 유연성을 과시해온 그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조성모 모시기'에 혈안이 된 방송사의 스타 의존성과 소속사의 무리한 스케줄이 빚어낸 '인재'(人災)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9일 서울을 기점으로 시작된 전국 콘서트 연습 도중 그가 졸도하기까지 했을까.
그의 최근 TV 스케줄 중 굵직한 것만 보자. MBC ‘왕중왕 조성모 토크콘서트’(4일 방송), MBC ‘수요예술무대’(9일 방송), KBS1 ‘TV는 사랑을 싣고’(11일 방송), 녹화 중 부상했다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13일 방송)….
더군다나 지난해 말 오른쪽 어깨 탈골로 1월 초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조성모는 소속사 GM기획의 2.5집 앨범 작업 강행으로 수술일정을 전국 순회 콘서트 이후인 4월 중순으로 미뤄야 했다. 지난해 9월 2집을 발매하고 불과 4개월여 만에 리메이크 앨범인 2.5집을 낸 GM기획에 대해 "200만장 넘게 팔린 2집의 ‘탄력’을 노린 극단적인 상업주의 전략"이라는 의견이 많다.
‘슈퍼TV…’의 기획자 경명철 책임PD는 조성모를 두고 ‘출중한 물건’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조성모는 요즘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상품'이다. "팬들과 만날 때 북받치는 감동을
느낀다"는 조성모나 그를 보며 즐거워하는 수백만명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물건’의 ‘유통 기한’을 갉아 먹는 연예계의 근시안은 재고 대상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