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승훈(34)이 며칠째 밤을 새우고 있다. 그는 3월8일 발표할 새음반(7집)의 마무리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녹음실에서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 연주음 하나의 미세한 차이를 가늠하느라 한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예사다. 그는 “음의 작은 차이가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고 말하며 음향 기기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음반 수록곡의 한음이라도 그냥 흘려듣기가 미안할 정도다.
11일 새벽 1시경 믹싱하던 노래가 원하는 만큼 완성되자 그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2년만에 나오는 새 음반의 수록곡은 모두 11곡. 머릿곡을 ‘비상’(가제)으로 정했지만 “전곡이 완성도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새 음반의 컨셉은?
“‘글로벌’이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신승훈은 늘 같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비상’에서 아프리카나 인도, 한국의 전통악기 음을 절묘하게 배합했다. 악기 구성이나 멜로디 등을 보면 전혀 새로운 느낌의 발라드일 것이다.”
-수록곡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이번 음반은 가수활동 10년 결산의 의미도 있다. 6집까지 발표했던 노래와 유사한 분위기의 곡이 많다. 수록곡 ‘가잖아’는 ‘그후로 오랫동안’(4집)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통기타 반주가 있는 ‘내안의 그녀’(4집)는 ‘오랜 이별 뒤에’(4집)를 듣는듯하고. 신곡으로 꾸민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음반이다”
-6집이후 2년 동안 조용했는데….
“98년 탈세 사건이 무혐의 처리됐으나 그 때문에 한 1년간 ‘멍’했다. 필링이 오지 않아 한소절도 쓸 수 없었다.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 필링으로 노래를 만들어왔는데 그게 없으니…. 가수의 생명이 끝나는 줄 알았다. 여행으로 충격을 추스릴 수 있었다.”
-6집까지 전부 1000만장 이상 나간 대형가수지만 새 음반에 대해서은 여전히 부담을 갖게될텐데.
“그렇다. 하지만 빅히트하지 않아도 음악인으로서 멋있게만 나이를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영상을 앞세우는 발라드 가수들이 많다.
“이번에 뮤직비디오 전략을 구상해봤다. 비주얼 시대에 불가피하기도 하다. 그러나 가수냐 뮤지션이냐는 물음을 두고 나는 뮤지션임을 확인했다. 뮤지션인 이상 내 음악은 귀나 눈을 자극하기 보다 마음을 울리기 바란다.”
-30대 중반인데 결혼은.
“예전에는 내 생활에서 음악 대 여자의 비율이 99대1이었는데 이제는 아침에 눈뜨면 혼자 있는 게 싫다. 노래 가사를 쓸 때도 사랑과 이별의 찬란한 감성보다는 홀아비의 쉰내가 나는 듯하다. 아티스트는 역시 사랑을 해야 한다.”
-노래란 뭐라고 생각하나.
“추억이 아닐까. 노래는 또 생각도 세상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팬들이 어려지면서 노래가 장식품이 된 듯해 안타깝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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