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클래식 입장에서 보면 이미 ‘처녀성’을 상실한 지 오래지만 이번 무대의 의미는 여전히 각별하다. 14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가 “대관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았지만 매우 영광스럽다”라는 말을 반복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발표한 2집부터는 다소 얌전해졌지만 그는 짙은 욕설로 상징되는,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로 줄곧 기성 체제와 문화에 도전해 왔다. 데뷔 음악의 유통 경로도 당시(98년)로는 젊은 세대에게나 친숙했던 MP3였다. 더군다나 그는 데뷔 이후 TV에도 출연하지 않았고(앞으로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까지 두 장만의 앨범을 발표한 ‘신출내기’다. 그와 비슷한 또래 중에서는 지난해 ‘H.O.T.’가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다.
이를 놓고 “이제 기성 문화권이 힙합을 공식 인정했다”는 가요계 일부의 흥분섞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그가 짧은 기간이지만 댄스 형 힙합이 아닌 비교적 정통 힙합을 만들왔다는 점도 한몫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종문화회관 입성의 배경으로는 그가 어린 나이에도 음악적 행동 반경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미 일련의 후배 가수 군(群)을 형성한 ‘음악 감독’이라는 점이 꼽힌다. 그는 후배 가수인 ‘디지털 마스터’ ‘Ray J’를 1집부터 참여시켜 단련시켰고, 2집의 ‘Fever’에서는 지금은 자신보다 더 유명해진 이정현을 객원 래퍼로 참여시켜 자질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그들을 이번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한다.
이번 무대는 그가 최근 1억원의 CF 출연료를 받은 LG정보통신이 주관하는 무료 콘서트. LG 019 PCS에 가입한 사람이라야 현장에서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조PD는 “처음으로 직접 팬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했지만 이 행사의 성격이 자신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과는 분명 뉘앙스가 다르다. “…돈 많이 버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돈은 종이야 종이…”(2집의 ‘돈아 돈아’ 중)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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