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특명 3인의…', 밤에 일하는 '올빼미인생' 소개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외주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교양 또는 오락 분야 중 한 장르만 파고드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상파 방송에 납품하는 입장에서 장르 간의 ‘퓨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외주 프로그램 중에서 독특하게 오락과 교양을 적절히 접목시킨 KBS2 ‘특명 3인의 천사’(일 오전11·00)는 특이하다.

제목대로 ‘특명…’은 그날의 연예인 출연자들이 ‘일일 천사’가 되어 사회 구석구석 고생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거나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개개의 포맷은 이전 프로그램에서 일차적으로 검증받은 것들이기는 하다. 신청인의 소원을 하루 동안 풀어주는 ‘해결 천사’와 ‘전격 출동 엔젤팀’은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장 개업’ 코너를 발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한데 모은 것은 ‘특명…’이 거의 유일하다. 같은 시간대 상대사 프로그램(MBC ‘전원일기’, SBS ‘좋은 친구들’)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였음에도 10% 안팎의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짬뽕’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

요즘 인기있는 코너는 ‘밤을 밝히는 천사’. 남 잘 때 일하는 ‘올빼미 인생’들의 삶을 부담스럽지 않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이전에 KBS2에서 방송됐던 ‘특종, 비디오 저널’에서 시험적으로 시도했던 포맷을 정착시켰다. 이제까지 병원 응급실 풍경, 밤에 자택에서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114교환원, 심야에 진행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야학 풍경, 예비 신혼부부의 함받는 장면, 24시간 대기하는 한전 배전반, 밤에만 일하는 백화점 디스플레어들 등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 주에는 특종과 뜨끈뜨끈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일하는 조간신문사의 풍경도 소개된다.

물론 제작진의 고민도 있다. 오락과 교양을 접목시킨 ‘켐페인성 프로그램’의 특징상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제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몇몇 코너 녹화 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해프닝을 여과없이 보여주기는 힘들다는 것이 연출자인 박종훈PD의 하소연이다. 박PD는 “앞으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도 간접화법으로 드러내는 코너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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