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사이드'/담배회사 음모 폭로 실화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 주연의 ‘인사이더(The Insider)’. 영화 제목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 내부의 사람, 또는 내부 소식에 정통한 사람을 가리킨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미국 3대 담배회사의 하나인 브라운& 윌리엄슨(B&W)의 연구개발자이자 부사장이었던 제프리 와이갠드(러셀 크로 분)가 담배 회사의 음모를 폭로한 1990년대 중반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무엇을 폭로하는가? 담배가 ‘니코틴 운반기’라는 와이갠드의 극 중 증언 정도라면 밋밋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영화는 내부 고발자의 갈등과 투쟁을 기둥 줄거리로 직업인의 윤리의식과 국민의 건강, 회사의 이익과 국민의 알권리, 나아가 언론의 실상까지 담아내고 있다.

미국 CBS의 권위있는 시사프로 ‘60분(60 Minutes)’의 로월 버그만 PD(알 파치노 분). 그는 담배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는 익명의 제보를 받지만, 제보내용이 전문용어로 가득 차 있어 이해할 수 없자 도움을 줄 전문가를 섭외한다. 마침 석연치 않게 B&W 부사장에서 해고당한 와이갠드와 접촉이 돼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담배회사 측은 ‘근무하면서 얻은 비밀 정보는 퇴직한 뒤 발설하지 않는다’는 비밀엄수서약서를 내세워 와이갠드를 경제적 법률적으로 옭아매기 시작한다.

영화는 개인적 고민이나 두려움이 없는 영웅만들기가 아니다. 대신 평범한 보통 사람에서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의 ‘내부 고발자’가 되기까지 와이갠드의 흔들리는 내면을 촘촘하게 담아낸다. 그게 현실이다. 이 작품의 리얼리티와 감동의 열쇠는 여기에 있다. 와이갠드는 계속되는 협박에 아내 리앤(다이앤 베노라)마저 떠나가자 “판단력과 의식마저 흐려진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히트’ ‘라스트 모히칸’을 연출한 마이클 만 감독은 영화 중반에 포커스를 또다른 내부고발자에게로 이동시킨다. 취재원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빗나간 권위의식과 자사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거대 언론을 상대로 벌이는 버그만의 싸움이다. CBS 고위층이 합병을 앞두고 거대 담배회사와의 마찰을 우려해 와이갠드의 증언을 왜곡 방영하라는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은 2시간28분. 하지만 대사 없이 와이갠드의 시선과 음악만으로 그의 내면을 표현한 화면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지루함을 잊게 한다. 입술을 꾹 다물고 분노와 당황, 수치심과 자존심이 뒤엉킨 채 감정을 삭이는 크로의 눈빛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 개봉 당시 몇몇 실존 인물들이 왜곡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러셀 크로) 촬영상 등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작. 12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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