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노자강의' 비평]독자 찬반 E메일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EBS TV 강좌를 계기로 촉발된 ‘김용옥 신드롬’. 방송은 끝났어도 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동양철학을 알기 쉽게 전달했다는 찬성론. 학문적 깊이는 뒤로 한 채 자아도취로 일관해 학문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론.

특히 2월29일자 본보 A19면 문화면에 실린 기사 ‘김용옥 노자 강의 무엇을 남겼나’를 놓고 찬반 의견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철학박사 김형찬기자가 쓴 이 기사의 주된 내용은 김용옥에 대한 비판.

김기자에게 들어온 찬반 E메일 중 일부를 소개한다.

김기자의 기사에 동의하는 독자, 즉 김용옥 비판론자들은 “잘했다”는 내용의 짤막한 글을 보내왔다. 반면 김기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즉 김용옥 옹호론자들의 글은 대부분 장문이었다.

▼김용옥 비판▼

▽isbang@mail.metro.taegu.kr〓시의적절한 비평이다. 비평 후 비난을 우려하여 글을 못쓰는 언론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좀더 파격적인 언어의 구사가 없어 다소 아쉽다.

▽baems63@hotmail.com〓김용옥교수를 상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배울 점이 있고 그래서 예우하는 마음을 버린 것은 아니다.

▽hibell@kocoal.or.kr〓방송 중 민망하고 황당한 자기도취와 종종 이성을 잃었던 그 분의 모습을 상기하며….

▼김용옥 옹호▼

▽aqua023@dreamwiz.com〓강의 스타일 등 한두가지 흠집으로 김용옥을 평가해선 안된다. 그의 태도나 스타일이 아니라 김용옥 철학의 내용을 비판해야 한다. 언론에서 제발 ‘기인’‘강호의 고수’ 같은 말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김기자도 김용옥의 주석자로서의 능력, 해석자로서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것은 김용옥이 실력있는 한 사람의 학자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강호의 고수 운운하는 것은 모욕 아닌가.

김용옥에겐 뛰어난 엔터테이너, 뛰어난 주석가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언론이 이를 외면한다. 이번 EBS 프로그램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데 왜 부정적인 면만을 들추는가.

▽bravig@yahoo.co.kr〓언론의 천편일률적인 부정적 비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김용옥의 학문적 위치나 공적 기여도 등을 언급한 다음 아쉬운 점을 평했어야 한다.

▽jhin21c@kornet.net〓김용옥 같은 천재 철학자를 키워주는 것이 해가 되는가. 남 잘되는 것 못보기와 잘 될 사람 흠집내기다.

▽psk5998@donga.com〓김기자의 비판이 피상적이고 지엽적이다. 김기자와 학자 김용옥간의 사이버 토론을 제안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김형찬기자의 답신◇

To:aqua023@dreamwiz.com

From:khc@donga.com

김용옥씨는 훌륭한 대중강연자이고 성실한 주석가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거기까지입니다.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자처한다는 점입니다. 철학자는 그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학설의 검증을 통해서 인정됩니다. 그가 학계에서 조용히 공부에 전념하는 많은 학자들을 폄하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김용옥씨를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알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과 함께 사실을 말해 주는 것도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철교수의 도올 옹호◇

이동철 용인대교수(철학)가 김용옥씨를 옹호하고 언론의 서평 태도를 비판한 글을 발표했다. ‘사회비평’ 봄호에 실린 ‘지식과 권력, 또는 학자와 기자’. 이교수는 김씨가 설립한 한국사상사연구소 연구원이었다.

이교수는 우선 익명으로 김씨를 비판하는 학계를 지적한다. 이교수는 “김용옥 강의의 파격적인 구성과 전개는 궁극적으로 지식과 삶의 화해를 지향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자 표현양식”이라고 김씨를 옹호.

이교수는 또 김씨의 EBS TV 강의 교재 ‘노자와 21세기’에 대한 일부 언론의 비판과 관련해 언론의 서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언론 비평에 있어 평가의 주체와 판단의 척도, 올바른 평가 윤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학술서 서평은 계간지나 학술지 등 전문적 매체에서 다뤄야 한다”면서 “신문에선 일반 독자를 위해 교양물이나 실용서의 비중을 높이고 책에 대한 평보다는 관련 정보 안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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