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일단 15일 녹화이후 이달 말 파일럿(시험방송)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볼 예정이다. 방송 시간대는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간대인 평일 밤11시대.
90년대 초반 주병진이 MBC에서 진행하던 ‘주병진 나이트쇼’를 발전적으로 변형시킨 이 프로는 기존의 토크 코미디에 주말 오락 프로의 코너를 중간 중간 삽입한 포맷으로 구성된다. 구상이 마무리된 코너로는 한 집단 내에서 최고의 남성을 꼽는 ‘미스터 코리아를 찾아라’(가제)와 3∼4년 전 헤어진 옛 애인을 찾는 남성의 심리를 추적한 시리즈 등. 특히 ‘미스터 코리아’는 여성 심사위원단을 위촉해 남성의 지적 능력, 체력, 매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회는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아간다.
이 프로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경규와 심현섭의 만남. 애드리브(즉흥 연기)의 필수 조건인 순발력에서 각각 신구 개그맨을 대표하는 이들은 특히 상황 대응력(이경규)과 개인기(심현섭)에서 아직까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획자인 경명철 주간은 “최근 보기 드문 이들의 결합으로 최대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또 8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줄곧 MBC에서만 활동했던 이경규의 첫 ‘외도’ 프로라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가을 복귀한 이후 진행을 맡았던 MBC ‘전파 견문록’이 진부한 포맷과 매너리즘에 빠진 연출력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같이 복귀한 이홍렬이 SBS ‘이홍렬 쇼’로 상대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어 KBS는 내심 이경규가 ‘…나이트쇼’로 명예회복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연출자 양기선PD는 “아직 이경규의 웃음 코드가 녹슬지 않았다”며 이 프로의 성공을 확신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