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인 더 페이스’는 삭막한 대도시의 한 담뱃가게에서 낯선 이들이담뱃만나 쌓아가는 감동적인 우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스모크’의 속편격인 영화다. 특정한 주인공도, 줄거리도 없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브루클린 생활의 시시콜콜한 이모저모를 전해주는 주민 인터뷰와 오기의 담뱃가게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쏟아놓는 이야기들이 결합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담뱃가게 손님으로 출연하는 스타들.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인 가수 루 리드가 자신이 왜 뉴욕에 사는지부터 특허 출원 중인 안경까지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고 짐 자무시 감독도 출연해 담뱃와 인생, 영화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백 투 더 퓨처’의 스타 마이클 J 폭스가 괴짜 여론조사원으로 나오고, 가수 마돈나도 황당한 전보 배달원으로 잠깐 출연한다.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영화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없는 탓에 좀 산만하다. 담뱃연기처럼 사라지는 일상의 시간을 의미있는 삶의 순간들로 해석해내는 ‘스모크’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담긴 브루클린과 담뱃가게에 대한 애정의 강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듯. ★★★☆(‘믹 마틴&마샤 포터의 비디오 가이드 2000’의 평가.만점〓★ 5개)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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