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박기영은 꼬박 100여 일 동안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더니 지난주 3집 앨범을 내놓았다. ‘혼잣말’. 앨범 제목은 수록된 열 한 곡을 전부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해낸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하는 ‘훈장’같다. 그리고 그런 자부심은 노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짧은 경력(1998년 데뷔)을 무색케 하는 ‘음악적 식욕’. 2집의 주력 코드였던 가벼운 모던 록 외에 하드 록, 얼터너티브 록, 로큰롤에서 블루스 리듬을 결합한 록 발라드까지 아우른다.
“특정 분야에 집착하다가 대중과 점점 멀어지는 선배 로커들을 여럿 봤어요. ‘록은 이데올로기’라는 등식도 맘에 안들구요. 아직 어리니까 3집까지는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제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타이틀 곡으로 결정한 ‘블루 스카이’는 지난해의 ‘시작’을 뛰어넘는 발랄함으로 무장한 모던 록. BPM(분 당 비트 수)도 125에 육박한다. 후속곡으로 점찍어 둔 ‘활강’은 제목대로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박기영의 힘있는 보컬이 블루스 성향의 끈끈한 기타 리듬에 얹어졌고, 윤도현이 코러스로 참여한 ‘혼잣말’에서는 랩도 시도한다.
라이브 직전 종종 “넥타이 메고 공연장에 들어올 생각마라”고 외치는 박기영은 30일∼4월2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갖는다.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김경호 박상민 박혜경 윤도현 등이 우정 출연한다. 02-762-2028∼9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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