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 '지금은 통화중'의 맥 라이언

  • 입력 2000년 4월 11일 11시 44분


'지금은 통화중'에서 맥 라이언(이브)은 늘 전화기를 든 채 정신이 없다. 운전하면서도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챙기고 이벤트 메니저로서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고전하면서도 성공했기 때문에 더 바쁜 언니 몫까지 도맡는다. 게다가 바쁜 상황에서 받은 것은 개를 돌봐달라는 동생 전화다. 일과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는 전화지만 너무나도 속을 몰라주는 이기적인 자매들 때문에 급기야는 집안의 모든 전화를 뽑아버리고 핸드폰도 개에게 우적우적 씹게한다. 그렇다고 이브의 속이 편해졌을까? '혹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전화올 데가 있는데' 안절부절 못하고 전화벨 비슷한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TV 리모콘을 귀에 대고 '헬로우!'를 외쳐댄다.

'달콤한 설탕같은 소녀', '이웃집 여인'. 미국사람들이 부르는 맥 라이언의 애칭이다. 이 밖에도 맥은 각종 통계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메리카 온라인과 브라이드 매거진에서 실시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 1위, 미국의 주간지 피플이 실시한 '가장 좋아하는 여자 연기자' 1위,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여자 연기자' 1위에 올랐다. '당신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배우에게 주인공을 맡기고 싶습니까?'라는 여론조사에서는 줄리아 로버츠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암투가 치열한 헐리웃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메릴 스트립과 더불어 적이 없는 유일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비쩍 마른 몸에 부시시한 단발과 커트를 오가는 금발머리. '절대 섹시하지 않음'을 강조하는 듯한 편안한 옷차림 등으로 상징되는 귀여운 외모. 멍하지만 멍청해 보이지 않고 찌뿌려거나 울어도 귀엽고, 곤경에 처하지만 결국은 귀엽게 문제들을 해결해내는 귀여운 천사. 마치 '귀여움'이라는 의미를 온몸으로 재현하는 배우같다. 우리는 영화 속 그녀의 모습에서 신장 172cm의 이 애 엄마가 곧 40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중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맥은 일년에 3개월은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돌보는데 할애한다. 그녀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일이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있고, 아들인 잭과 내가 경험 못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남편인 데니스 퀘이드와는 '이너 스페이스'에 같이 출연하면서 만났는데 그가 마약 중독자임이 밝혀지자 완치된 후 그와 결혼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결국 치료에 성공, 1991년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에 단 둘이 결혼식으로 올렸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유브갓 메일'에 함께 출연했던 톰 행크스는 "우리는 좋은 친구지만 맥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고 말하고 "아마도 맥은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시티 오브 엔젤'에서 파트너였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녀에 대하여 "주위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맥 라이언은 '지금은 통화중'의 이브를 두고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용감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사람들과 부딪치는 가운데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전투적으로 방법을 찾아가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영화가 끝난 후 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은 현실과 배우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일치시켜 만들어지는 맥 라이언의 진실한 연기때문이 아닐런지.

정미영(FILM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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