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마련된 첫회는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경쟁사의 버라이어티 쇼와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SBS에 데뷔한 백지연 전 MBC 아나운서를 동원해 경북 일대에 출몰했다는 호랑이 추적에 나선 ‘심층 분석 30일’은 그 소재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포맷이었다. 탤런트 이의정이 작은 키(153.8㎝)를 늘리기 위해 시도한 방법을 소개하며 적절한 의학 정보를 제공한 코너는 ‘호기심 천국’의 인포테인먼트 포맷을 발전적으로 변형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락과 교양에 시사까지 버무리려는 ‘뷰티풀…’에선 곳곳에 불협화음이라는 ‘지뢰’가 발견됐다. 이는 서로 다른 분야와 캐릭터의 MC 6명을 한꺼번에 배치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백지연과 유정현 두 명의 MC만을 배치하려던 제작진은 개그맨 김미화와 이윤석, 탤런트 김원희, 가수 백지영 등 기존 오락 프로그램에서 ‘입심’을 검증받은 4명을 추가 투입했다. 문제는 이들의 역할을 ‘균등 분할’시키다 보니 프로그램의 무게 중심이 분산된 것. 6명 모두 ‘앵커’로 칭하고, 코너를 진행할 때마다 한 명씩 공동MC 석 앞에 별도로 마련된 데스크에 앉히면서 뉴스 진행 포맷을 패러디했다. 그러다 보니 MC가 한 명 씩 나올 때마다 뒤에 앉아 있는 나머지 MC들은 프로그램 진행과는 별 상관없는 멘트로 ‘딴지’를 걸기 일쑤였고, 앞에 나온 MC도 뒤돌아보며 나머지 MC들과 ‘잡담’을 해야 했다. 시청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코너별 분별력도 떨어졌다.
‘뷰티풀…’ 제작진은 지난해 MBC ‘백야’에서 백지연의 화려하고도 도드라진 멘트와 진행에 게스트가 ‘가려’ 결국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된 전례를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이를 정교한 사전 콘티보다는 ‘MC 물량공세’로 극복하려다간 MBC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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