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해설을 맡은 신출(72)은 현존하는 마지막 변사. 열 두 살 때부터 변사를 시작한 그는 전성기이던 50년대 초반까지 전국을 누비며 영화 100여편을 해설했다. 또 영어 변사를 맡은 재미교포 월터 K 류(44)는 시인 겸 비교 문학 연구자로 198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버클리 등에서 변사 공연을 시작했다.
영화와 관객의 틈새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올리는 변사들의 공연에 의해 두 편의 영화는 해설이 없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영화들로 변주됐다.
“첫 대가리를 잘못해도 끝에 가면 다 들어맞게 되니까 마음 놓으세요”라며 마이크를 잡은 신출은 파도를 타는 듯 유장한 가락으로 ‘괴인 서커스단의 비밀’을 해설했다.
반면 월터 K 류의 ‘검사와 여선생’ 영어해설은 낭랑한 미성(美聲)으로 듣는 시 낭송회처럼 품격있는 분위기였다. 그는 여선생이 길을 걷다 웅덩이를 피하는 장면에서는 “웁스!”라며 감탄사까지 넣는 등 소리없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데 집중했다.
이들은 이미 1985년에 만난 구면. 신출은 “미국에 변사가 없는데도 이 친구가 연구를 워낙 많이 해 ‘검사와 여선생’도 다 맞게 했다”고 관객을 웃겼다.
<전주=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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