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로 출발한 고 소장은 ‘땅’ ‘제1공화국’ ‘제2공화국’ 등 정치 사회성 드라마의 개척자로 유명하다. 95년 프리랜서로 나서 SBS ‘3김시대’를 제작했고, 98년 2월 청와대 공보비서실 행정관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 정치 지향적이라는 비난도 받았으나, 고소장은 ‘국민과의 대화’ 등 김대중 대통령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유일하게 NG를 말할 ‘권한’을 가질 만큼 전문적인 영역을 인정받았다.
국립영상간행물 제작소장은 올해부터 개방직 공무원으로 바뀌어, 고소장은 8: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4월1일 임용됐다. 응시 면접에서 면접관이 청와대에서 국내 언론총괄국장이라는 중책을 맡다가 ‘현장’을 지원하게 된 동기가 뭐냐고 묻자 그는 “공무원 사회의 허리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다소 엉뚱하게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고소장은 K-TV가 국정홍보채널이라는 도식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8일부터의 부분개편에서 ‘안숙선의 소리 마당’(월∼금 오전 10시) ‘새천년 우리 가락’(토 밤 12시) ‘우리 문화 탐구-멋과 슬기’(일 오후 3시) ‘서울말 평양말’(월화목금토 오후2시반) 등을 신설 또는 확충했고, ‘정보 파노라마’(월∼금 오전 9시10분)도 강화해 유익한 공공 정보를 와이드로 내보낸다.
국정홍보채널의 속성 상 정부의 주장이 일방통행식으로 전달될 소지가 있는 것을 그는 경계한다. 정책진단프로인 ‘오늘의 국정’(월∼금 오후 1시)에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비판을 여과없이 수용하고, 시사토론프로에서 패널리스트나 방청객의 소리를 받아들여 프로그램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제작진에게 주문하고 있다. K-TV는 8일부터 방송 시간을 오전 8시로 두 시간 당겨 국민의 생활 시간대로 조정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