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소문만 요란 '연예인 매춘' 내용은 부실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55분


SBS가 2일 방송한 ‘뉴스 추적’(밤10·55)을 통해 연예인 매춘의 실상을 고발했지만 정작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보다는 수박 겉핥기 식의 표면적인 접근에 그쳤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이텔 ID ‘yenglish’를 사용한 한 네티즌은 “프로그램의 완결성이 없어 한 마디로 지겨웠다”고 평했다. 동아일보에 전화를 걸어 온 한 50대 남성 독자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늦춰가며 기다리다 봤는데 소문만 요란했지 알맹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연예인 매춘, 은밀한 유혹’에서 ‘연예 브로커, 은밀한 거래’로 부제가 바뀌어 12여분 동안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브로커와 일부 연예인들을 이어주는 거래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솔직히 제가 알고 있는 방송국 탤런트 애들이 꽤 되니까 어렵지 않습니다”(브로커) “저야 뭐 솔직히 2차까지 가면 좋기야 좋죠. 세 명 정도면 3000(만원) 정도를 생각했어요”(고객) 등 피상적인 접근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걔네들도 품위유지비라는 게 있잖아요. 벤츠 끌고 다녀야 되고, BMW도 몰고 다녀야 되고…” 등으로 이어지는 한 연예인과의 인터뷰도 그리 구체적이지 못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 이하의 결과물로도 ‘뉴스 추적’은 3주 전 방송 시간대 이동 이후 이날 최고의 시청률인 21.1%(이하 AC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홍보에는 성공한 셈이 됐다. ‘뉴스 추적’은 4월25일 방송에서 6.7%, 4월18일 방송에서는 11.2%의 시청률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연령별 시청률은 40대 여자(17.3%)가 가장 많았고, 30대 여자(17.1%), 20대 여자(15.9%), 40대 남자(12.4%) 순이었다.

방송가에서는 “선정적 아이템으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적인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방송 전 SBS의 한 국장급 간부는 “옐로우 저널리즘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방영 보류를 권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도 말이 많다. 제작진은 사회부 소속의 기자를 방송 10일 전 ‘뉴스 추적’ 팀으로 발령냈고, 그 기자는 1주일만에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시사 고발 프로의 경우 제작에 20∼40일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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