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충무로]한국영화산업의 숙제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1995년 내가 몸담았던 일신창투에서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 ‘금융자본의 충무로 첫 진입’이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가 됐지만 위험이 크고 투명하지 못한 산업에 왜 투자하느냐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 그로부터 불과 5년이 지난 지금, 충무로는 활기로 가득 차 있고 자본과 인력이 넘치며, 인터넷 산업과 함께 미래를 주도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으로 굳건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여가의 확대에 따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 인력의 질적 향상, 영화를 둘러싼 주변 산업의 발전 등에 힘입어 한국 영화는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999년은 전체 관객의 약 40%가 한국 영화를 선택했다. 최근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에 외국인 투자사 워버그핀커스가 2백억원을 투자한 사례는 영화 산업의 미래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충무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전국에서 450만 관객이 든 ‘쉬리’는 소위 ‘입회비용’만 2억원 넘게 들었다. ‘입회비용’이란 영화사가 관람객 수를 체크하기 위해 극장에 파견하는 인력에 대한 비용을 말한다. 이는 극장의 관람객 수 허위 보고, 영화사와 극장 간의 불신에서 비롯된 정말 어이없는 비용이다.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앞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은 신뢰(Trust)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우리 영화 산업의 신뢰 수준은 지극히 낮다.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또 한국 영화의 제작방식은 할리우드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영화 제작방식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미흡하다. 가장 큰 차이는 철저한 사전준비의 부족. 전 세계를 강타한 ‘터미네이터2’(1991년)의 경우 무려 1년 반이라는 사전 준비 기간을 가진 반면, 실제 촬영은 38회 만에 마쳤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던져준다.

<튜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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