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화제]'태조왕건' 말들도 연기력 뛰어나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57분


“큐!… 어어… 이런, 사람은 어디 갔어?”

충북 제천시와 경북 문경시 등에 차려진 KBS 1TV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 올라탔던 연기자를 떨어뜨린 채 말 혼자서 카메라 앞에 나타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그러나 연기자가 크게 다치는 일은 드물다. 배우들이 촬영 한 달 전 경기 용인 민속촌에서 승마 교습을 받은데다 말도 똑똑하고 순한 놈들이기 때문. 주연급 연기자가 타는 일부 말들은 ‘사람 연기자’ 뺨칠 정도로 눈치 빠르다. 안영동 PD는 “연출자가 ‘레디 고’를 외치면 저혼자 알아서 뚜벅뚜벅 앞으로 나가다가 ‘컷’하면 되돌아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들은 대부분 경마장의 드센 말들과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촬영용 또는 승마교육용으로 온순하게 길러진 것. 한 마리가 1500만∼1800만원일 정도로 고가이다.

승마연기도 일종의 실력. 주역급들은 자신의 승마실력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말을 탈 때 상체는 안장과 수직이어야 정상. 서인석의 경우 자세가 뒤로 젖혀지는데 그는“장군이기 때문에 위엄을 갖추려고 일부러 몸을 뒤로 젖힌 것”이라고 말한다. 8년전 드라마‘삼국기’에서도 말을 타서 승마에 낯설지 않다는 얘기.

왕건 역의 최수종은 이전 사극에서 몇 번 말을 탔다는 점을, 궁예 역의 김영철은 경마장에 자신의 말이 있는 마주(馬主)라는 점을 내세우며 초보가 아님을 강조했다.

안PD는 “여주인공 김혜리는 말 안장에 오른지 사흘 만에 말을 몰고 달렸다. 천부적인 ‘애마부인’인지 겁이 없는건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혜리의 어머니 조수비씨는 영화 ‘애마부인’의 원작소설가이기도 하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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