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렸던 이 영화의 첫 시사회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우아한 드뇌브와 독특한 폰 트리에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여주인공을 맡은 아이슬란드의 팝가수 비요르크(34)는 수줍음을 잘 타 이 날 기자회견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영화는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뮤지컬 스타가 되는 게 꿈인 여주인공 셀마(비요르크 분)가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교수형까지 받는 과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담고 있다.드뇌브는 ‘쉘부르의 우산’(1964) ‘인도차이나’ (98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으로 40여년 가깝게 은막의 스타로 활동하며 프랑스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여배우. 드뇌브는 “내가 맡은 셀마의 동료 캐시 역은 그를 돕는 ‘수호천사’와 같은 역할이었다”면서 “연기가 처음인 비요르크는 겁을 내면서 고통스러워 했지만, 나중에는 뛰어난 배우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비요르크는 23년 동안 14장의 앨범을 내는 등 아이슬란드 최고의 인기 가수로 알려져 있다.
드뇌브는 인터뷰 현장에서만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폰 트리에의 ‘수호천사’였다. 다소 어눌한 폰 트리에가 머뭇거릴 때마다 드뇌브는 화려한 달변으로 ‘구원’에 나서 기자회견 중 몇 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드뇌브는 “즉흥 연기로 영화를 찍는 작업은 처음이었다”면서 “폰 트리에는 외국 감독이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작업을 통해 그의 특별한 세계와 재능을 경험하는 놀라움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드뇌브와 폰 트리에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은 드뇌브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능해졌다. 폰 트리에의 이전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 감명받은 드뇌브가 지난해 4월 이 작품에 대한 제작이 발표되자,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출연한 것.
국내의 젊은 팬들에게는 어쩌면 드뇌브보다 ‘유로파’ ‘브레이킹 더 웨이브’ ‘킹덤’ ‘백치들’의 폰 트리에가 더 유명할 지도 모른다. 그는 95년 ‘현재의 영화들은 죽었다’는 사망 선고을 내리면서, 인위적 요소의 배제와 영화의 순수성 회복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도그마 선언’의 주창자.
지난해 도그마 선언으로부터의 후퇴를 밝히기도 했던 그는 ‘도그마 선언’에 대한 질문이 집중되자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며, 이 작품은 ‘도그만 선언’과 상관없는 영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91년 ‘유로파’가 기술위원회상을 받자 수상식장에서 유감의 뜻을 밝혔뎐 이 대담한 ‘이단아’는 “이 영화의 색 작업에만 6개월이 걸렸고, 편집 중 컴퓨터 작업도 벌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 영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주 희생되지만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셀마나 캐시 모두 강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칸〓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