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트렌드'에 민감한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한때 중고생들 사이에서 모 외국회사에서 만든 학생용 배낭이 '트렌드'였듯, 성인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종종 발견된다.
인터넷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그 한 예다. 남들이 투자하니까 나도 따라 해야 할 것 같은 열풍이 한때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트렌드가 문제라고 해서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인터넷의 엄청난 가능성을 부정할 순 없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네트워크는 분명 현대의 '메가 트렌드'다.
영화는 음악과 함께 인터넷 발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앞선 디지털기술로 세계 영화시장에 '쥬라기 공원' '토이스토리' '타이타닉’같은 대형 히트작들을 내놓은 할리우드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이 컨텐츠들을 세계에 유통시키려는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영상 전달을 위한 '도로'는 현재 굉장한 속도로 닦여지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그것은 완성될 것이다.
그 길을 통해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결국 문제는 컨텐츠이다. 현재의 영화 생산구조는 네트워크의 발전 양상과 함께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변화할 것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잉카는 자신들이 너무도 잘 만들어 놓은 도로 때문에 스페인 군대에게 쉽게 정복 당했다.
인터넷은 '잉카의 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길은 우리에게 향한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로부터 전세계를 향해 너무도 잘 뚫린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무엇으로 채워서 우리로부터 세계로 향하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신 철=영화사 '신씨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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