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욕설가사 논란 DJ DOC "평소생각 담았을 뿐"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여전한 장난기. 무게 중심이 보컬(김창열)에서 랩(이하늘,정재용)으로 옮겨진 데 따른 ‘메시지’의 강화. 그리고 방송사와의 마찰 등 2년 10개월이나 넘게 공백을 갖게 된 데에 대한 섭섭함….

5집 ‘THE LIFE… DOC BLUES 5%’의 수록곡 ‘L.I.E’와 ‘포졸이’에서 거침없는 욕설 가사로 논란을 빚은 그룹 ‘DJ DOC’는 일단 “우리의 일상과 평소 생각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릿곡 ‘Run to You’를 보면 제도권과의 마찰에 신경 쓴 흔적이 많다. 김창열의 낭랑한 보컬에 이하늘과 정재용의 장난기 넘치는 랩이 얹혀진 댄스곡으로 1997년 히트곡 ‘DOC와 함께 춤을’과 유사하다. 가사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는 수준이다.

이들은 “‘Run to You’가 제일 맘에 드는 곡은 아닐 뿐더러 ‘정서상의 타이틀곡’ 도 아니다”고 못박는다. 하긴 5집의 수록곡 중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 곡은 불행하게도 문제가 됐던 노래들이다. 녹음 당시 보컬 김창열이 개인 사정(어머니의 사망 등)으로 참여하지 못해 두 래퍼들로만 작업한 ‘L.I.E’ ‘Nuclear Lunch to Detect’(‘포졸이’의 도입부) ‘포졸이’는 다른 수록곡(14곡)과 현격한 경계를 짓는다.

특히 토종 래퍼 중에서도 유달리 깨끗한 딕션(발음)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이하늘은 분명한 강약 조절과 전작에서 발견할 수 없던 현란한 라임(각운)을 구사했다. 이하늘의 ‘보조’로 인식됐던 정재용도 ‘포졸이’ 등에서는 덩치(83㎏)에 어울리는 파워 랩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이들은 음악적으로 자랑할 만한 이 곡들의 가사를 왜 욕설로 도배했을까. 이들은 “남성 성기를 지칭한 욕은 중고생들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하늘은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걸쭉한 욕은 구수하다고 하면서 우리 가사를 문제삼는다면 결국 앨범 장사하는 데 도움만 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폭행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다 “이상하게 싸울 일이 자주 생긴다”고 말할만큼 ‘앙팡 테리블(위험한 아이들)’이다. 이번 음반의 욕설은 이들의 일상이 투영된 것에 다름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음반을 19세 이상의 ‘성인’에게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가방끈도 짧고 단순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겠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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