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합성실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노라 하는 미인들의 가장 예쁜 곳만을 뽑아 합성한 얼굴은 의외로 실망스럽다.
MBC방송이 야심차게 내놓은 아침 프로그램 ‘피자의 아침’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그런 얼굴 모습이다.
요일별 프로그램의 각 코너별로는 정성과 노력이 엿보이지만 일주일 전체로 놓고 보면 통일성과 조화가 느껴지지 않고 산만하기 때문이다.
15일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피자…’는 실험적인 제작 방식으로 시작부터 주목을 끌었다.
‘피자…’는 보도국 기자와 제작국 PD가 공동제작한다. 기자의 취재력과 PD의 기획력이 합쳐져 어떤 새로운 결과가 나올 지에 방송가의 눈길이 쏠렸던 게 사실. 그러나 제작진도 인정하듯, 당초 의도와 달리 기자의 취재력과 PD의 기획력은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매일 나가는 고정 코너인 ‘머니플러스’나 ‘연예뉴스’에서는 그 ‘싹’이 보였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현장 리포트 등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특명! 맞춤취재’는 시청자와의 ‘쌍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1부와 3부의 진행을 맞고 있는 권재홍앵커는 주말 뉴스 앵커에서 아침방송 진행자로 변신에 성공한 듯하다. 2부를 단독 진행하는 김주하앵커도 짧은 경력에 비해 무난한 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3부에 한꺼번에 나오는 출연진들의 자화자찬식 발언이나 잡담이 거슬리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 시사정보국에는 출연진의 자화자찬식 발언을 삼가라는 주의사항까지 붙여놓았다. 피디(PD)와 기자를 한자씩 따서 만든 ‘피자’라는 제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이미 단어로 굳어지기는 했지만 PD라는 말 자체가 영어에서는 쓰지 않는 한국식(또는 일본식)표현이다. 이를 다시 기자라는 한자어와 합쳐 ‘피자’라는 희안한 용어를 방송에서 사용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PD와 기자가 만드는 것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아닐까.제작진에게는 의미있는 실험일지 모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PD가 만드는지 기자가 만드는지는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 그저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면 그 뿐인 것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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