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돈.com’(토 일 밤 8시25분)이 가장 곤경에 처했다. TNS 미디어 코리아가 조사한 5월중순 이후 평균 시청률이 5%에도 못미치고 있기 때문. 전 삼미그룹 부회장 서상록씨를 비롯해 우희진 한고은 정찬 등을 투입했고 주제도 요즘 일반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돈’과 ‘벤처’로 한정시켰음에도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다른 방송사의 주말 드라마 및 뉴스와 겹치는 편성 시간대가 부진의 가장 큰 이유. 정동천 PD는 “아직 연기자들의 호흡이 잘맞지 않는 등 다소의 문제가 있으나 시트콤은 원래 자리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곧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논스톱’(월∼금 오후 7시)은 오후 7시대 일일시트콤의 전매특허였던 청춘극을 탈피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프로. 백일섭 김형자 김지영 김정현 등을 내세워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 야망 등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논스톱’의 시청률은 ‘돈.com’보다 높으나 여전히 한자리 숫자에 불과한 수준으로 이전 ‘가문의 영광’보다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기획취지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
방송국을 무대로 한 KBS 2의 ‘멋진 친구들’(월∼금 밤 8시45분)은 5월 중순이후 평균 시청률이 10.1%로 두자리 숫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멋진 친구들’의 고민은 남희석 이휘재 유재석 박경림 윤해영 이나영 등 인기인을 투입하고도 그 정도 밖에 못하느냐는 외부의 지적이다. 김석윤 PD는 “개그맨의 희극적 캐릭터를 극속에서 자연스럽게 살리지 못해 한편의 콩트같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곧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TV 3사의 시트콤 중 인기 가도를 달리는 것은 MBC의 ‘세친구’, SBS의 ‘순풍 산부인과’ 등 2편. 시트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바꾸기가 쉬워 두어달 이내에 자리잡지 못하면 도중하차라는 처방도 나온다. ‘돈.com’ ‘멋진 친구들’ ‘논스톱’ 등의 운명이 궁금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