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 468g의 몸무게로 태어난, 국내에서 가장 작은 극초미숙아 지원이가 힘겹게 벌인 생존 투쟁의 기록이다.
지원이는 남들보다 10주나 빠른 30주만에 이 세상에 나왔다. 함께 태어난 쌍둥이 동생 혜원이도 1000g에 불과했지만 어른 손바닥보다도 작은 지원이에 비해서는 건강했다.
정상 신생아 체중(약 3.5㎏)의 7분의 1에도 못미치는 지원이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이를 살리기 위한 엄마 아빠, 그리고 중앙병원 피수영박사팀의 밤낮없는 노력이 시작됐다.
가쁜 숨을 뱉으며 세상과 겨우겨우 호흡하던 지원이는 매일 20g씩 빠져 한 때 체중이 372g까지 내려가 가슴을 졸이게 했다. 한번에 눈물 한방울 분량인 0.5㏄만 간신히 소화할 수 있었던 지원이에게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미숙아 망막증까지 나타나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
미숙아를 둔 부모들이 2000만원이 넘는 치료비와 장애 가능성 때문에 지레 아기를 포기하고 자의퇴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원이의 부모는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지원이의 몸무게는 1.3㎏. 이제 우유도 한번에 22㏄나 먹는다. 여전히 작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발육하고 있어 안심할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 지원이는 빠르면 이달 말 퇴원해 집으로 간다.
‘세상에서…’는 미숙아들의 살 권리와 미숙아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사회의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뇌막염으로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미숙아 태현이의 안타까운 사연은 매년 2만4000∼4만8000명씩 태어나는 미숙아들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해 준다. 또 미숙아의 자의퇴원을 법으로 금지하고 전액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외국의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기’지만 실제로는 1991년 미국에서 태어난 280g짜리 아기가 세상에서 가장 작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