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런 현상은 7,8월이 가까이 오면 올 수록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여름 흥행시즌의 일반화된 경향이기도 하다.
이번 주 1위는 <글래디에이터>.
올 여름철 블럭버스터 첫 작품인만큼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글래디에이터>는 지난 주말 이틀간 서울에서만 11만(6월3일~4일, 서울 기준), 지방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도합 23만이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자리를 지켰다. 극장 수는 서울 30개를 포함해 전국 71개 스크린. 객석점유율로 볼 때 80%의 수치다.
개봉 첫주의 성적으로 미루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잘하면 백만'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곧 <미션 임파서블2>가 개봉되는 등 블럭버스터간의 혈전이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의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어쨌든 CJ측으로 봤을 때는 <갤러시 퀘스트> 등에 따른 잇단 흥행참패의 늪을 벗어나게 됐다.
우리 영화 <동감>의 흥행은 비교적 차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 3만3000명을 모은데 이어 이번 주에도 3만여명을 모았다. 누계 수치는 약 6만5000명. 이른바 대박용 영화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첫주 흥행의 실망에 비하면 나쁜 결과가 아니다.
다만 서울 27개 스크린을 포함해 전국 87개 스크린이라는 막강한 배급라인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쉘 위 댄스>는 개봉 3주만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주말 이틀간 2만6000명에 그쳐 '드롭' 현상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으로 1, 2주 정도 더 상영될 것을 예상하면 전국 50만 관객 동원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개봉 2주째를 맞는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은 주말 이틀간 1만3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번 주 흥행순위 4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1위와 비교할 때 다소 '조족지혈'의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비록 어렵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상영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해말 개봉됐던 <박하사탕>의 경우도 초기 흥행의 어려움을 딛고 소수의 극장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켜 결과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 성적을 냈다. 좋은 영화는 장기 레이스가 필요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토록 기대를 모았던 박기형 감독의 두번째 작품 <비밀>이 서울 1만명 동원이라는 '바닥선'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수는 만만치 않았다. 서울 25개를 포함해 전국 65개다.
이같은 수치는 흥행이야말로 비정하면서도 또 역설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견 감독이든 인기 감독이든, 혹은 기대주 감독이든 관객은 결과물에 대해 정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때 차기의 기회가 좀더 빨리 온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작품 한편으로 박기형 감독의 영화만들기가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5위에 오른 <비밀>을 제외하고 6위부터 10위까지는 한마디로 '도토리 키재기'다. 이들 영화 가운데는 아까운 작품도 있고 또 그같은 결과가 '당연한' 작품도 있다.
아깝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사이더 하우스> <플레이 투 더 본> 등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주말 관객 3000명을 모아 서울 누계 24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객석수가 287석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끈질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직배사의 배짱일 수 있다.
오동진(ohdjin@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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