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하버드에 진학했던 맷 데이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와 선량한 웃음을 가진 그는 <리플리>의 감독 앤소니 밍겔라가 말하는 것처럼 "스포츠에서는 항상 우승하고 학교의 모든 소녀들이 데이트하고 싶어하는" 청년일텐데.
그러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완벽함이란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칭송이 쏟아져도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지 못한다. <리플리>에 함께 출연한 기네스 팰트로는 "그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던져 버릴 사람이지만 항상 '난 이럴 자격이 없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감독 밍겔라 역시 "그는 일과 고통을 연결시킨다. 죽을 정도로 달려 들지 않고는 잘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라며 다소 걱정 섞인 어조로 데이먼의 열정을 전한다. 누구나 인정해 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배우.
그런 까닭에 데이먼은 도전할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라운더스>의 도박사 마이크보다 타인의 그림자 뒤에 숨고 싶어하는 <리플리>의 리플리에 가깝다. 그는 촬영장을 떠돌면서 자신을 잊고 살아간다.
그것은 <레인메이커> 이후에 시작된 일이었다. 무명의 자신을 학대하듯 연기를 해 온 데이먼은 프랜시스 F. 코폴라의 이 영화로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자신을 배우로 써 줄 것을 고집하며 몇 년 동안 묵혀 두었던 시나리오 <굿 윌 헌팅>을 영화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출연하는 순간마다 덴젤 워싱턴을 압도했다"는 평을 받았으면서도 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묻혀 버렸던 <커리지 언더 화이어>도 이제는 옛 이야기로 잊을 수 있었다. 다섯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에서 항상 혼자 서도록 교육받은 데이먼이 스스로 쟁취한 결과였다. "행운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상투적이지만 언제나 진실한 이 명제를 믿는 그는 포기를 몰랐었다.
그러나 바라던 모든 것을 얻은 후, 데이먼은 명성에 익숙해질 수가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잠시라도 사람들 사이에 홀로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는 닥치는 대로 영화를 찍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후반에 잠시 출연했으며, 게이로 보일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리플리>를 선택했다. 한때 신의 복수를 대신하는 천사였으나 지상으로 추방당해 엉뚱한 곳에서 징벌의 대상을 찾아 헤매는 <도그마>의 로키는 그의 모범생 이미지를 벗어버린 작품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잠시도 정착하지 못했다.
정착할 곳이 없다고 믿으면서 매트리스 하나만을 위안으로 삼고 잠드는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쩌면 이 고된 과정 때문에 데이먼은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성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버드 생의 이미지에 구애 받지 않고 많은 영화를 찍은 데이먼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스필버그의 블록버스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독립영화의 신' 케빈 스미스와 함께 한 <도그마>까지 서로 조금도 닮지 않은 영화들을 거친 배우다.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나이와 경험에서 발산되는 연기를 할 수 있으므로" 존경하는 모건 프리먼과 로버트 듀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 두 사람처럼 힘든 삶의 흔적을 얼굴에 남길 수 있을까? 아마도 그가 좀 더 나이 먹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굿 윌 헌팅>의 감독 구스 반 산트는 "데이먼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누구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헐리우드는 젊은 배우들을 쓰고 버리는 데 너무도 익숙한 곳이므로.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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