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목)부터 21일(금)까지 열리는 제4회 부천국제영화제의 모토는 '자유, 저항, 반란'. 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초신 씨는 "지금까지의 모토였던 '사랑, 모험, 환상'은 너무 포괄적이었다"면서 "21세기 영화는 폭력과 노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맞추면서 영화제 성격을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기 위해 이러한 모토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상영되는 영화들도 영화제 기획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기자 회견 도중 상영된 17편의 상영작품 편집분은 조직위원회 측의 설명 그대로 잔혹한 살인과 상식을 뛰어 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부천영화제의 개막작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로 미국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메리 해론 감독의 <아메리칸 사이코>. 정초신 프로그래머는 "영상보다는 언어적 폭력으로 더 충격적인 작품"이며 "관객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영화를 설명했다. 폐막작도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피를 사용했다"는 영화 <가위>다. 7명의 대학생들이 하나씩 살해되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강도 높은 묘사로 주목받았다.
이번에 추가된 '제한구역' 섹션 역시 '자유, 저항, 반란'의 모토를 극한까지 밀고 나간 부문이다. 조직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총 14편의 상영작 중 6편을 21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정했을 정도다. 어디까지 나갈 지 모르는 이 기괴한 상상력의 작품들 속에서 어린 아이는 존속 살해를 저지르고 담임 교사는 여고생을 토막 살인한다. 영화제가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을 이 영화들은 당연히 무삭제 상영된다.
올해 부천 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은 단편영화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공식경쟁부분'에 10편의 장편과 함께 10편의 단편을 포함시킨 것을 비롯, 모두 55편의 단편 영화가 올해 부천을 찾는다. '판타스틱단편영화' 부문에서도 장벽을 뛰어 넘는 환상적인 단편 영화들 40여 편을 상영한다. 송유진 프로그래머는 "단편영화는 판타스틱 영화의 특징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장르"라며 단편영화를 보다 풍부하게 선택한 의도를 설명했다.
이밖에 판타스틱 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월드판타스틱시네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한 '가족영화', 일반 관객들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광장' 등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별 상영으로는 낯선 북구에서 온 '핀란드 특별전 ; 아나키스트의 사랑'과 최근 한국영화의 성과를 되짚는 '메이드 인 코리아', 최무룡 회고전인 'Homage to 최무룡'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제가 영화인들만의 축제일 수는 없다. 영화제를 함께 치른다고 할 수 있는 부천 시민들과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조직위원회는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심야의 영화상영과 락 콘서트를 결합한 '씨네-락 나이트', 부천의 자전거 도로에 착안한 '자전거 홍보 사절단' 등이 준비되고 있으며, 영화제 기간 부천을 찾는 게스트들에게 민박의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배려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부천영화제 공식 사이트(www.Pifan.com)를 운영 중인 부천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영화제 기간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직접 상영하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영화제의 특징은 심사위원단의 면모에서도 드러난다. 아직 심사위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장편영화부문 심사위원단은 박중훈, 끌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 집행위원 앙트완 로페즈, 작곡가 클라우디오 시모네티다.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하는 단편영화부문 심사위원단은 촬영감독 김윤희, 음반 프로듀서 남궁연, <섬>의 주연 서정, 단편영화감독 임필성으로 구성된다. 영화계의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인물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초청 게스트도 유명인사보다는 영화제에 참가하는 작품들의 감독과 배우, 제작자가 대부분이다.
30개국 14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부천국제영화제의 입장권은 www.ticketpark.com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개막일과 폐막일을 제외한 영화제 기간 내내 심야상영이 있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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