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일본, 국내 영화시장 두고 '군침'

  • 입력 2000년 6월 16일 14시 53분


일본영화사들이 한국을 향해 조심스런 행보를 내딛기 시작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한 한국영화 시장을 두고 일본 영화사들의 투자가 늘어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발걸음에는 일본인 특유의 신중성이 엿보인다. 최근 국내에 입성한 일본영화사는 '어뮤즈 코리아(대표:김용범)'.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일본내 극장에 성공적으로 배급, 준 메이저급 제작사로 떠오른 '시네콰논'과 역시 <쉬리>의 비디오 구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어뮤즈'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것이다.

<쉬리>는 일본에서 극장 수익만으로 16억엔(160억원), TV판권료로 6천8백만엔(약 7억원)을 벌어 들였으며 비디오 판매는 사전주문량만 10만장이 넘어섰다.

'어뮤즈 코리아'는 앞으로 자신들이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영화를 국내로 들여오고 역으로 한국영화를 일본으로 가져가 배급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강제규 필름'의 신작 <단적비연수>를 70만달러(8억여원)에 사들였다. 또 <춘향뎐> 등의 영화도 조만간 일본에 배급할 예정이다.

국내 상영 계획을 잡고 있는 일본영화로는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를 비롯해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의 <전국노래자랑> 등이다. 한국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가 보다 전향적으로 시행될 경우 당장 들여 올 수 있는 작품만도 20여편이 넘는다.

그러나 '어뮤즈 코리아'의 향후 사업계획이 이처럼 두 나라 영화작품의 물물교환 수준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의 궁극적인 사업 목표는 두 나라 영화사간의 공동기획 및 합작을 추진한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는 현재, '우노필름'이 진행중인 영화 <무사>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어뮤즈 코리아'가 제작하는 식의 낮은 수준에서부터 일본 원작을 한국의 감독이 홍콩을 포함한 동아시아권 배우를 기용해 제작하는 식의, 보다 높은 수준의 '프로듀싱'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어뮤즈 코리아'라는 제작 타이틀이 붙은 아시아권 다국적 영화를 가지고 유럽과 할리우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이른바 '서방 원정'의 꿈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내 주요 파트너로 삼고 있는 '강제규필름'이 지난 5월 홍콩영화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감독·프로듀서 연합'의 결성을 제안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분석된다.

'어뮤즈 코리아'의 김용범 대표는 "수년간 내림세를 걸어 온 일본 영화계로서는 동아시아권에서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 시급한 실정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영화시장이야말로 탄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신 한국 영화계로서는 일본을 통한 세계 배급의 기회를 창출한다는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뮤즈 코리아"는 1년에 최소 1,2편씩의 공동기획 혹은 합작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뮤즈 코리아'에 앞서 국내에는 이미 일본의 중견 제작사 '오메가 프로젝트'가 성업중이다. "오메가"는 지난 해 국내 비디오 유통회사인 '스타맥스'를 전격 인수, 국내 시장 선점의 터를 닦았다. 또 얼마전에는 국내 최대의 비디오 대여 체인점이었던 '영화마을'을 사들이기도 했다.

'오메가'는 '영화마을'의 기존 비디오 유통망을 이용해 자사 제품의 DVD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일본 영화사인 NDF의 한국내 지사로 만들어진 AFDF(대표:전태섭)는 NDF가 '오메가'측에 합병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회사의 계열로 들어가 활동하게 됐다.

국내 영화사 '한맥'이 만든 국내판 <링>은 사실상 '오메가 프로젝트'의 전액 투자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며 일본판 <링>과 현재까지 흥행수위를 달리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쉘 위 댄스>, 곧 국내 개봉 예정인 <오디션> 등도 모두 이 회사의 작품이다. 역시 '우노'의 작품인 허진호 감독의 신작 <봄날은 간다>에는 '오메가'가 상당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쯤되면 거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본래 영상음향기기 전문업체인 '보니 소닉'의 계열사. '오메가'가 국내에 들어와 영화 및 비디오, DVD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결국 모회사의 하드웨어 제품 판매를 확장시키려는 '입질'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내 영화계가 과거처럼 넋 놓고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형국만은 아니다. '오메가'를 이용해 일본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영화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오랫동안 일본 최대 배급사인 '쇼치쿠'와의 제휴를 추진해 왔으며 최근들어 '오메가'가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메가'는 최근 '쇼치쿠'측의 지원을 받아 일본내에 51개의 극장 체인망을 구성한 상태다. '시네마서비스' 제작의 영화들이 일본에 수출되면 일단 '오메가' 운영의 극장망을 통해 배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오동진(ohdji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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