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는 특집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었지만 시청자들은 이번 회담 결과를 음미하고 면밀히 검토하는 긴 호흡의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이같은 욕구를 얼마나 만족시켜줄 수 있는냐가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KBS가 19일 밤 10시 ‘분단을 넘어 통일로, 이산 50년 이제는 만납시다’는 이산가족문제에 천착해온 KBS의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준다. MBC와 SBS 역시 이산가족문제를 다룰 프로그램을 준비중이지만 아직 기획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땅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서해 교동도에 살고있는 황해도 실향민부터 비무장지대를 고향으로 둔 최북단 마을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주민들까지 한반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망향의 한을 보여준다.
또 황해도 고향 약도를 책으로 만들 정도로 평생 고향을 그리다 1년전 먼저 북망산천으로 떠난 남편의 한을 씻기위해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할머니의 사연, 평양에 사는 북의 할머니가 중국으로 나와 7월 KBS의 이산가족만남 중국특집에 이산가족상봉을 신청, 남한에 사는 두 언니를 만난 얘기 등 애끊는 사연이 이어진다.
특히 기존의 이산가족 프로그램과 달리 북에 둔 가족을 상봉한 후 더욱 그리움에 시달리는 실향민들의 휴유증을 통해 상봉 그 이후의 지속적인 연결고리 확보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85년 남북상호방문 때 북에 둔 여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뒤 그리움을 달래지 못해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다 숨진 지학순 주교의 사연이나 91년 미국의 조카를 통해 북에서 홀로 사는 아내와 서신왕래에는 성공했지만 끝내 얼굴을 못보고 숨진 장기려 박사의 애끓는 아내사랑 등이 펼쳐진다.
구수환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이산가족문제를 더 이상 복바치는 설움의 문제나 단발성 만남의 문제로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제는 만남 이후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