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속의 여우'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며 영국 군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민중의 영웅. 그러나 실존 인물 '늪 속의 여우'는 그렇게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패트리어트>에 영감을 준 프랜시스 매리언은 재미로 인디언들을 살해한 학살자였으며 정기적으로 여자 노예들을 강간한 파렴치한이었다.
<패트리어트>는 왕당파였던 마틴이 장남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리고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영국군의 악행을 목격하면서 전쟁터에 나서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 모델 매리언이 저지른 짓들은 영국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영화 <패트리어트>는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히버트는 '데일리 익스프레스' 지에 "'늪 속의 여우'라고 알려졌던 매리언은 체로키 인디언들을 탄압하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영웅으로 칭송받을 만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사라고 해서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소니 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자들이 매리언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이 시나리오가 사실에 근거한 전기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의 내용을 바꾸는 대신 가장 손쉬우면서도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영웅 '늪 속의 여우'는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꿨던 것이다. 그래서 멜 깁슨은 '프랜시스 매리언'이 아니라 '벤자민 마틴'을 연기하게 되었다.
돈만 된다면 거짓도 서슴지 않는 할리우드에서 <패트리어트>와 같은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티벳에서의 7년>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명상적인 산악가 하인리히 하러는 뒷날 나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낭만적인 알마시 백작 역시 나치 동조자였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버트 랭카스터의 <알카트라즈의 사나이>가 있다. 이 영화는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된 주인공 로버트 스트라우드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며 여론을 들끓게 했지만 살인과 아동 포르노에 관련된 스트라우드의 범죄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 영화들은 또한 영화의 진실과 흥행은 그다지 관련이 깊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선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늪 속의 여우'의 진실보다 총알에 목이 날아가고 어린 소년들이 영국 군인을 살해한다는, <패트리어트>의 잔혹면서도 '역사적인 사실에 충실한' 묘사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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