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처음 상영된 작품은 <내쉬빌>. 컨트리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를 상영하는 날, 알트만은 "살아 있는 어떤 감독도 이런 경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감격했다. 이 날은 <내쉬빌>의 출연진들이 25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날이기도 했다. 헨리 깁슨, 카렌 블랙, 로니 블래키 등 <내쉬빌>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주인공들을 집단적으로 등장시킨 이 낯선 영화에 화를 냈던 일을 회상하며 지금은 이 영화가 알트만 최고 걸작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음을 인정했다.
이 날 상영장에 나타난 알트만은 "나는 75세다. 나는 한 번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화를 찍은 적이 없으며 일을 하지 않은 적도 없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유일한 영화는 요즈음 유행하는 대규모의 상업영화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지금은 어떤 제작자도 <내쉬빌>같은 영화를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개탄했다. 오랜 세월 영화를 하면서도 비주류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던 노감독의 회한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는 "지금은 <미션 임파서블 2>처럼 아이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이 판치는 시대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할리우드를 비판했다.
영화 산업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풍자한 <플레이어>와 LA에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천을 짜듯 촘촘하게 구성한 <숏 컷>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알트만은 70세가 넘은 지금도 놀라운 열정으로 연출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 해 줄리안 무어, 리브 타일러 주연의 <쿠키의 행운>을 연출한 데 이어 리처드 기어, 헬렌 헌트와 함께 <닥터 T와 여인들 Dr. T and the Women>의 작업을 마쳤다.
알트만의 회고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7월 22일에는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코미디 <매쉬>가 상영될 예정이며 이 날 역시 출연진들이 알트만과 함께 상영장에 참석할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기자>
기사 제공: FILM2.0 www.film2.co.kr
Copyright: Media2.0 Inc. All Rights Reserved.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