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마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에픽 ‘글래디에이터’가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다음 주말이면 한국영화로서는 기록적인 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비천무’가 개봉된다. 김혜린 원작의 만화를 영화한 이 작품은 현란한 특수효과와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치장하고 있지만 원나라 말기 고려무사의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분히 서사적이다.
그 뒤로 이어질 강제규필름의 ‘단적비연수’와 사이더스의 ‘무사’도 각각 고대와 고려말을 무대로 한 스케일 큰 남성적 서사극이다. 이는 후삼국의 개국영웅들인 궁예 견훤 왕건의 영웅담이 TV를 후끈 달궈놓는 현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서사극의 유행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웅담 ‘패트리어트’가 국내상륙을 앞두고 있고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서사극 ‘애수’를 선보인 닐 조던 감독은 15세기말 이탈리아 보르지아 가문의 악녀 루크레지아의 생애를 담은 또다른 서사극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심지어 멜로영화의 장인(匠人) 이안 감독마저 중국대륙을 무대로 한 무협서사영화 ‘와호장룡’을 내놓았다.
문학의 죽음이 운위되는 이 시대에 영화에서는 왜 서사극일까.
첫번째로 꼽히는 이유는 복고주의 열풍이다. 지난해 공포장르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서사극까지 되살려냈다는 얘기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이를 “포스트모더니즘이 상품적 매력을 상실하고 이를 대신할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헤게모니의 공백상황에서 과거 자산이 재탕되는 과도기적 속성”이라고 분석한다. 어쨌든 데이비드 린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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