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KBS1 일요스페셜 '6·25전사…'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TV 3사는 50돌을 맞는 6·25 특집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자칫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인한 남북 화해와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기 때문. 이로인해 TV 3사는 특집 드라마 등을 취소하거나 일부 프로들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25일 밤 8시에 방영하는 ‘일요스페셜- 6·25 전사자들의 유해찾기, 한국전쟁 그후 50년’은 4월초부터 준비해왔는데도 정상회담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다. 내용이 전쟁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아니라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진혼과 상생의 관점에서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사자 발굴은 정부가 6·25이후 처음으로 벌이는 작업이다.

경북 칠곡의 다부동 369 고지의 8부 능선에 있는 개인호.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이곳에는 50년을 쭈구려 앉은 채 백골이 된 국군이 하나 있었다. 총탄을 한발 맞은 두개골은 심하게 부숴져 있었고 사지는 뒤엉킨 채 형태를 분간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는 그렇게 50여년간 흙과 나뭇가지에 가려진 채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유일하게 삼각자에 적힌 한자 이름을 단서로 그는 50여년전의 부인과 만날 수 있었다.

경북 안강 갑산의 발굴 현장에서는 인민군 장교의 유골이 국군의 유골과 함께 나왔다. 서로 뒤엉킨 채 죽어간 이들이 모습에서 아비규환의 전쟁터 모습을 떠올 수 있다.

‘일요스페셜’은 이밖에 개화산 전투에서 살아남은 국군과 인민군 장교의 재회를 통해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일깨운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오랜 친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인민군 장교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에 도움이되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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