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인 ‘자우림’은 가사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너와 나의 사랑만 노래하는 댄스음악이나 발라드와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가요계에서 ‘자우림’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자우림’은 그러나 무대포가 아니다. 무작정 구호성 메시지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다의적인 비유와 해학으로 메시지의 무게를 한층 경감시키고 사운드도 경쾌하게 가져간다. ‘자우림’이 20만 내외의 팬을 확보한 것은 비판적 메시지와 산뜻하고 폴폴 나는듯한 이미지의 적절한 배합 덕분이다.
최근 내놓은 3집 ‘더 원더 랜드(이상한 나라)’도 그런 색깔을 한층 강화했다.
머릿곡 ‘매직 카펫 라이드’는 “인생은 한번 뿐이라며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져요”라고 외친다. ‘네 멋대로 살아라’라는 식이지만 권유형 어투나 여성 보컬 김윤아의 앙징맞은 창법, 경쾌한 멜로디와 감각적인 사운드로 메시지의 심각성을 가볍게 했다.
수록곡 ‘뱀’이 꼬집은 대상은 다의적이다. 혐오의 대상으로서 뱀은 아무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아침 저녁으로 말을 바꾸는 정치인 등 부조리한 기성세대를 조롱하고 있다. 이들은 “뱀은 이성 친구일수도 있지만 그 해석은 팬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뱀’은 메스꺼운 사회를 들춰내고 싶은 의도이지만 그 방식은 메스껍지 않다.
‘사이버 디지털.com’은 디지털 세상에 대한 브레이크다. ‘어지러워 모든 게 너무 빨라 쫓아가보면 아무도 없어’라는 가사로 디지털 세상의 방향에 대해 묻고 있다.
97년 ‘헤이 헤이 헤이’로 데뷔한 ‘자우림’은 98년 11월 2집에서 메시지의 강도를 높였다가 방송사들의 엄중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방송사들이 2집의 일부 수록곡이 자살을 조장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멤버 이선규는 “이번 3집에서는 연주하고 듣는 이들이 서로 기분좋게 노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매직 카펫 라이드’ 등의 가사를 쓴 김윤아도 “가사를 구상할 때마다 개인과 사회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를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원더 랜드’는 ‘자우림’이 팬들에게 각인되고 싶은 이미지 상이다. ‘원더 랜드’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상이고 논리의 잣대없이 이미지로 서로의 뜻이 통하는 동화같은 곳. ‘자우림’은 14∼17일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자우림 광신도의 밤’이라는 타이틀로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다. “맘먹고 놀아보자는 팬들만 오기 바란다”고. 3만원. 02-455-5000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