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인_아웃]'포스트 허준'의 MBC, 이유있는 부진

  • 입력 2000년 7월 15일 10시 39분


<허준>의 성공에 너무 취했나? 상반기 월화 미니시리즈 <허준>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드라마 왕국'의 체면을 유지했던 MBC가 최근 드라마 전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방송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주말 드라마의 경우 MBC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KBS2 <꼭지>에 순위를 역전당한 후 좀처럼 만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일극 역시 KBS1 <좋은걸 어떻해>와 MBC <당신때문에>가 한동안 격전을 벌이다가 MBC 드라마가 뒤로 밀린후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

여기에 KBS1 <태조왕건>이 이미 주말 밤 10시대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고, SBS 주말극 <덕이> 역시 시청률 순위 3위안에 오르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월화 미니시리즈 <뜨거운 것이 좋아>와 수목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타사에 비해 시청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 역시 전작인 <허준>의 시청률이 50%대였던 것에 비해 23%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해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허준>에 밀려 상반기 내내 한자리수를 면치 못했던 KBS2 미니시리즈가 '포스트 허준'의 공백을 이용해 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주에는 시청률 역전도 기대해볼만하다는 것이 KBS 드라마제작국 관계자들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현재 MBC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분야는 수목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 방영기간 내내 우위를 보인데 이어 후속작 <신귀공자> 역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SBS가 창사특집으로 1년 넘게 준비해온 대형 액션물 <경찰특공대>를 19일부터 방송할 예정이어서 결코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

방송가에서는 "MBC가 <허준> 특집쇼, CD롬 제작 등 성공을 자축하는 드라마 외적인 행사에 치중한 나머지 후속작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 여름 MBC에게는 다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짜증나는 계절이 될 전망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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