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수줍음마저 느끼는 듯했다. 갈기같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콘서트 현장의 로커 김경호와는 전혀 딴판이다. 말투도 차분하다.
“무대에서나 ‘로커’죠.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다만 그의 숨겨진 이미지는 5년 사귄 여자 친구는 잘 알고 있다고.
그러나 그의 매니저인 가수 김학래는 “김경호는 노래할 때나 음악을 만들 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기 음악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사실 수많은 가수중 자기 음악을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신해철 신승훈 등 손꼽을 정도다.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5집은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섰다. 소리나 악기의 선택이나 곡의 구성 등 작업 과정 하나하나가 ‘고독한 결단’이었다고
머릿곡 ‘와인’은 김경호류의 하이톤 록발라드다.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등 그의 히트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폐부를 찌르는듯한 고음 속에 여러 소리결로 이별의 애틋함을 담았다. ‘와인’은 하늘의 뜻을 어긴 사람이라는 뜻으로 ‘와’자가 드문 한자.
음반에는 ‘블러드’ 등 메탈풍의 노래도 4곡 담겨 있다. 김경호는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탈(脫)메탈’로 가려했다”며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운 록에 더 끌린다”고 말한다.
그래도 메탈풍의 노래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의 질주는 그의 또다른 트레이드 마크다. ‘혼돈의 시간들 쉼없는 외침들 영혼의 눈을 떠/과거를 잘라버려’(수록곡 ‘탈출’), ‘지루한 무도회/가면을 이젠 벗어버려’(수록곡 ‘매스커레이드’) 등의 구절은 오히려 그에게 로커로서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그만큼 고민도 많을까.
“여자보다 술을 더 좋아합니다. 술자리에서 한가지에 ‘꽂히면’ 밤새는 줄 몰라요. 술은 소주를 좋아해요.”
이번 음반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페셜 음반’을 둘러싸고 소속사와 법정 소송 끝에 다른 곳으로 옮겼고 5월 콘서트때 다친 인대가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
95년 데뷔한 김경호는 무엇보다 음반이 2집(80만장)에서 4집(30만장)으로 갈수록 판매가 줄어든 징크스가 신경쓰인다. 음반 출시 전에 전국순회공연 일정을 짜 음반 재킷에 기록한 것도 라이브로 징크스를 깨겠다는 전략이다. 라이브 콘서트팬들은 그를 첫 손가락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8월 17∼20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출발해 연말까지 수원 인천 대구 광주 전주 포항 등지에서 라이브 무대를 갖는다. 02―785―5666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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